쑥과마늘 [1070118]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1-07-04 1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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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분만의 기출 데이터베이스를 머릿속에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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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https://orbi.kr/00038361070


*프롤로그를 먼저 읽고 1번을 읽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기출. 또 그놈의 기출. 기출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지간한 칼럼에서 정말 지겹도록 듣는 말일 겁니다. 국어 공부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저 역시 그랬어요.


‘기출 좋은 건 누구나 아는데, 기출을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그대로거나 떨어지던데?’


 아직까지 한 번도 기출을 풀어보지 못한 학생의 경우에는 본인의 성실성을 탓하는 게 맞고, 지금은 기출을 풀고 공부했음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지는 경우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사실 기출을 공부했다는 기준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죠. 그러니 이번 글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기출을 공부했다’의 정의를 먼저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출을 공부했다는 것은, 본인만의 단순하고도 일관된 생각의 틀을 만들었음을 말합니다.

다시 말씀드릴게요. ‘본인만의’ 단순하고도 일관된 생각의 틀을 만드는 게 기출 공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국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의 교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죠. 즉, 본인의 상황에 맞게 기출을 활용하여 우리의 사고를 ‘평가원의 사고’와 일치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1-1 기출은 몇 개년을 보는 게 좋을까요?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능한 최대한 많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제가 2년 반 동안 수능 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감히 사견을 덧붙이자면, 최근 5개년 정도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고, 그 외의 지문들은 전문가들의 선별을 통해 접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옛날 지문들 중에서도 나름 쏠쏠한 게 많아서, 선별로라도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1-2 그래서 어떻게 기출을 활용하라는 거죠?


 이게 이 글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수능 국어 공부의 95%는 기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렇기에 더욱 기출의 학습 방법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본인이 직접 시간을 재고 문제를 풀어보는 겁니다. 반드시 기간을 재고 직접 풀어보시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직접 풀지 않는다면 후술할 내용이 전부 쓸모없어요. 시간은 문제 하나당 1분 30초 정도로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직접 시간을 재고 풀어보셨다면, 시간제한 없이 천천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깊게 사고하면서 읽어보세요. 이 과정에서 문장, 어휘 등을 비롯해 헷갈렸던 부분들을 전부 표시하시고, 시간을 재고 읽었던 부분과 대비해보세요.



그 다음에는 채점을 합니다. 채점을 하면 총 4가지의 유형으로 문제가 분류될 겁니다.


가. 시간제한을 두고 풀었을 때 맞았고, 시간제한 없이 풀어도 맞은 문제.


이 경우에는 여러분들의 내면에 암묵적인 형태로나마 사고 과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제한을 두고 풀었을 때 생겼던 논리적 비약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하세요.


나. 시간제한을 두고 풀었을 때 맞았으나, 시간제한 없이 풀었더니 틀린 문제.


본인의 잘못된 사고를 검증할 수 있는 유형입니다. 이 경우에는 해설을 보기 전에 본인의 생각 순서를 쭉 나열해보시고, 이를 해설의 내용과 대조하세요. 차이점을 짚고, 그 잘못된 사고를 반드시 찾아서 교정하셔야 합니다.


다. 시간제한을 두고 풀었을 때 틀렸는데, 시간제한 없이 풀었더니 맞은 문제.


이 경우에는 대개 시간이 촉박해서 풀지 못했던 게 큽니다. 이 경우 전반적인 한 세트 단위의 시간 관리 실패 혹은 특정한 문제에서의 시간 관리 실패로 유형을 나눌 수 있는데요. 전자의 경우에는 지문 읽는 과정에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다 유형’에 해당하는 문제가 하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후자에 대해 주목해봅시다.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 어디에서 시간 관리를 하지 못했고, 왜 못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이를 교정하셔야 합니다.


라. 시간제한을 두고 풀었을 때 틀렸고, 시간제한 없이 풀어도 틀린 문제.


이건 본인이 체득하지 못한 논리에 해당하는 문제들입니다. ‘라 유형’에 해당하는 문제만큼은 해설을 수용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들에게는 없는 사고를 배우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말한 건 문제에 대한 내용인데, 지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하시면 됩니다. 다만 지문은 정오를 판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해설을 참고하며 하지 못했던 생각들 중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을 얻고 가시면 됩니다.


 혹자는 어차피 수능 현장에서는 그렇게 분석해서 풀지 못하는데 왜 그리 시간을 소모해가면서 분석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허나, 저는 이러한 분석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스스로 분석해보는 것만큼, 본인의 사고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여러분들이 분석하는 행위는 ‘현장에서는 써먹지 못하는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닌, 약점 진단을 위한 것임을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조금은 참신한 개념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사고의 교정’과 직결되는 내용인데요. 바로 행동영역이라는 개념입니다.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수능 당일에 그리 많은 생각을 하면서 풀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에 배웠던 지식을 써먹기 위해서는 그런 지식들이 기계적으로 도출되어야 합니다.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인데요. 행동영역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행동을 통해 사고를 통제하는 것.


 앞서 말한 과정을 통해 각자의 약점을 면밀히 체크했을 것입니다. 허나 그 약점을 극복하고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련된 문제를 더 풀어보거나, 다음에 잘해야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긴장해서 손이 떨리고 머리가 굳어도 어떻게든 풀 수 있게끔, 기계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굉장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행동’을 통해 ‘특정한 사고’를 강제적으로 유발시켜야 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작년 9월 모의평가에서 38번 문제를 틀린 경험이 있습니다. 선지에서 제시한 ‘관념적’이라는 어휘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모호하게 잡고 간 경험인데요. 그래서 저는 저 단어에 대한 정의를 통해 판단의 기준을 찾아 사고를 교정했고, ‘관념적’이라는 표현 한정으로 ‘관! 념! 적!’이라고 속으로 크게 발음한다는 행동영역을 만들고 훈련했습니다.



이 덕분에 이번 6월 모의평가에 ‘관념적’이라는 개념이 출제되었음에도 막힘없이 풀 수 있었죠. 행동영역은 생각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사고 교정도 있지만 배경지식도 있습니다. 단순한 어휘나 문학 개념어도 있겠지만, 기출 개념 사이의 연계된 지식을 체득할 수도 있는데요. 배경지식을 목적으로 한 공부는 지양되어야 마땅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의 경우에는 굉장히 쏠쏠합니다.



다음은 작년 수능 ‘예약’ 지문의 1문단과 2문단 일부를 발췌하여 가지고 온 것인데요. 밑줄이 그어진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채권과 계약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개념이 같다는 생각이 저는 현장에서 들더라고요. 바로 2019학년도 수능 ‘계약’ 지문과 2011학년도 ‘수능’ 채권 지문이요. 저는 두 개념을 이전에 이미 기출을 통해 익숙하게 접한 바 있었고, 때문에 현장에서 정의를 거부감 없이 바로 받아들여 지문을 잘 독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기출 사이의 연관된 지식들은 충분히 써먹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출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메리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계속 이어서 적겠습니다.

다음은 연계와 기출 외 콘텐츠에 대한 얘기입니다.


2편 : https://orbi.kr/00038362113 


3편 : https://orbi.kr/0003836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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