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42번 복수정답 관련 의견입니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42번 문제는 홀수형 기준 선지 3번과 4번 모두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원래 정답으로 발표된 선지 4번은 명백한 정답입니다. 그런데 선지 3번의 경우 출제자는 학생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즉 논의영역이 공집합인 가능세계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소반대 관계에 있는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라는 두 특칭명제 중 하나가 반드시 참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즉 모두 거짓인 경우가 가능하다는 것을) 오답 포인트로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논의영역이 공집합인 것을 허용하는(즉 논의영역의 대상인 학생이 존재하지 않는) 정언논리 체계는 현대논리학의 가정적 관점으로, 가정적 관점에서는 에서 주어진 반대 관계와 선지 3번의 소반대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오직 모순 관계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시문을 참고하여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을 묻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조건은 반대 관계가 성립하는 전통논리학의 정언논리 체계, 즉 논의영역이 공집합인 것을 허용하지 않는 존재함축을 전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에서도 보기에서도 파악할 수 없는 교과과정 이상의 논리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과과정 이상의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에서 존재함축을 전제하고 있다면 3번 역시 정답이 되어야 합니다. 를 따른다면 논의영역이 공집합이 아니라 해당 가능세계에 적어도 한 명의 학생이 존재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고, 그 경우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두 특칭명제 중 적어도 하나는 반드시 참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이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논리학 내용을 다루고 있는 수능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 안에 논리학적으로 명백히 맞는 선지를 오답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혹자는 여기에 대해서 선지 3번의 조건인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이라는 것을 근거로 선지 3번이 오답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가능세계의 완결성’이란 제시문에서 주어진 대로 어떤 세계에서든 임의의 명제 P에 대해 ‘P이거나 ~P“라는 배중률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지 3번에서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특칭긍정명제를 P라고 한다면 ~P에 해당하는 명제는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특칭부정명제가 아니라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전칭부정명제입니다. 따라서 선지 3번에서 해당 명제 중 하나가 반드시 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배중률에 의한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의해 참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선지 5번이 오답인 이유와 동일합니다. 선지 5번에서 ‘학생들 중 절반은 연필을 쓰고 절반은 연필을 쓰지 않는 가능세계가 존재하겠군.’이라는 것은 명백히 참이지만, 그것은 가능세계의 일관성이 아니라 가능세계의 포괄성 때문에 참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리학에서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전칭부정명제, 즉 ~P 명제는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특칭부정명제를 함축합니다. 다시 말해 선지 3번을 다음과 같이 수정할 경우 가 존재함축을 전제하므로 명백히 참인데.
③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 (수정된 선지)
여기서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명제는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명제를 함축하므로 다음의 선지 3번 역시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의해 함축되어 참이 됩니다.
③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겠군. (원래 선지)
논리학에서 함축관계란 명제 A가 참이라면, 명제 A가 함축하는 명제 B도 모든 가능세계에서 참이라는 필연적 연관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느 세계에서든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 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라는 명제는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의해 ‘함축’됩니다. ‘따르면’이라는 선지는, ‘함축’관계를 당연히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42번 문제는 선지 3번과 4번 모두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해당 문제를 복수정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평가원과 수능 출제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손상이 될 것입니다.
P.S) 논리학에 대해 전혀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들이 문제를 푼다면 선지 4번이 정답이 맞습니다. 하지만 선지 3번 역시 주어진 조건 하에서 논리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선지이므로 복수정답으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교과과정을 벗어난다고 해서, 논리학적으로 맞는 선지를 틀리다고 하면 안 됩니다. 수능 언어영역에 대한 평가가 기본적으로 제시문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제시문이 전제하는 논리학 체계에서 맞는 내용을(그래서 제시문에서 합리적인 논리학 지식에 의해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을) 틀리다고 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배기범 선생님이 이런 식으로 수능 물리 출제오류를 제기해서 복수정답이 인정된 사례가 있는데, 그때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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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까지 다른 분들에 의해 제기된 이의를 보면 앞에 '가능세계의 완결성에 따르면'이라는 조건을 제외하고 뒤의 명제 자체가 참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명백히 해당 보기는 존재함축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의견은 해당 명제는 그것과 더불어 주어진 조건인 '가능세계의 완결성'에서 '함축'되기 때문에 선지 3번 역시 참이라는 것입니다.
제발.... 복수정답...ㅜㅜ 사람하나살리는셈치고 평가원 개시판에 이의제기 제발해주세요....ㅜ
일단 해당 내용으로 이의제기는 해둔 상태입니다. 반드시 복수정답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능 비문학에서는 지문 내의 내용으로 푸는건데 지문 초반에 'P와 ~P가 동시에 참인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번칙을 무모순이라고 한다.'라고 나와 있어서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와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동시에 참이 될수 있기 때문이 이 두 명제는 가능 세계의 완결성과는 관련이 없죠
가능세계의 완결성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P와 ~P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어야 한다는 배중률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P에서 논리적으로 함축되는 ~B명제가 있다면 P와 ~B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어야 한다는 것도 역시 가능세계 완결성에 의해 함축되는 것이 맞습니다. P를 선지 3번의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라는 특칭긍정명제라고 한다면 ~P가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전칭부정명제, ~B가 선지 3번에서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특칭부정명제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P에서 논리적으로 함축되는 ~B명제가 있다면 P와 ~B중 하나는 반드시 참이어야 한다는 것도 역시 가능세계 완결성에 의해 함축되는 것이 맞습니다. P를 선지 3번의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쓴다."라는 특칭긍정명제라고 한다
여기 이부분 자체가 이번 수능 지문를 벗어나서 님의 배경지식을 끌고 들어온거잖아요
갑자기 함축되는 ~B 명제가 왜 나와요
지문을 벗어난 제 배경지식이 아닙니다. 가능세계 의미론에 관련된 해당 제시문 자체가 이미 정언논리학의 대당사각형 체계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도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명제는 보기에서 전제하는 존재함축을 하는 이상 '어떤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명제를 함축하고, 이것은 상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추론할 수 있는 내용으로 사실 배경지식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배경지식이라면 존재함축에 관한 내용이 더 배경지식에 해당합니다) 어떤 학생이 시험장에서 이러한 추론에 의해서 3번을 정답으로 골랐다면 그것은 배경지식의 개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논리학적 지식을 알아야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한명도 없다면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거짓입니다.
학생이 한 명도 없다면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명제는 사소하게 참이 됩니다. 그래서 보기를 이해한다면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가능세계를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평가원이 혼동한 것입니다.
왜 그렇죠? 모든 학생은 연필쓴다는 학생이 한명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데 그 전제가 참이 안되니까 3선지에 있는 두 선지는 알수없음임으로 3은 정답이 안됩니다.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쓴다.'는 명제 자체는 어떤 가능세계에 학생이 적어도 한 명 있다는 명제를 함축하지 않습니다. 이 명제는 다만 '어떤 가능세계에서든 x라는 대상이 학생이라면, x는 연필을 쓴다'는 조건문을 함축할 뿐입니다. 그리고 조건문에서 전건이 거짓일 경우, 후건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조건문 전체가 사소하게 참입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가능세계에서는 '모든 학생은 연필을 쓰지 않는다.'는 명제도 사소하게 참이 됩니다. 조건문의 전건이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기는 두 반대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없다고 전제하고 있으므로 학생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가능세계는 보기의 조건에 의하면 상상할 수 없습니다.
조건문 전체가 참이라구요? 이해가 안가네요.
쉽게 설명해서 P이면 Q라는 조건문이 있다고 했을 때, ~P가 성립한다면 이 조건문 전체는 사소하게 참입니다. 논리학에서 조건문이 거짓이라는 것은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경우'에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제가 거짓이면 결론의 참 유무와는 상관없이 조건문 전체는 참입니다. 이것은 논리학의 기본 법칙입니다.
안녕하세요. 엄밀히 이야기하면 고등학교 교과서 중 '논리학'에서 관련 내용을 다룹니다. 따라서 굳이 교과과정을 벗어난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 해당 내용을 아래 링크에 인용해두었습니다!
http://dotheg.com/221400173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