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2 21: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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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15> 재수, 로맨틱,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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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있다. 수능과 연애는 병행할 수 없다고. 이성에 관심이 가는 순간 수능 원점수 20점이 날라간다고. 많은 어른들이 연애는 공부에 있어서 독, 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10여년 전만해도 이성간의 신체접촉, 교제가 학칙 위반 사항이자 징계위원회 소집 사유일 정도로 이성 교제에 엄격했다.(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이다! 아재들은 잘 아실 듯) 그래서 남고, 여고, 여대, 남녀분반이라는 다소 기형적인 교육 문화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재수종합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몇몇 학원에서는 이성간 쪽지를 주고 받는 행위도 금지되어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거는 누가봐도 잘못된 교육 방식이다. 인류의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다. 배움을 통해 교육된 것을 몸에 익히는 청소년 시기에 대학을 이유로 인류 절반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겠다고? 너무 편협된 생각이다. 어쩌면 요즘 불거지고 있는 남성혐오, 여성혐오는 이 시기에 성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몸에 베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 교육계에 힘쓸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남중 여중 남고 여고 여대 군대 다 없애자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본인이 연애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이 글을 쓰고자 한다. 재수 중에도 연애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관리지, 연애여부가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글을 쓴다. 케이스를 크게 3개로 분류해서 대표적인 사례로다가 재종 연애썰을 풀고자 한다. 

[1] 재수 이전부터 만난 경우
요즘 애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성숙해서 연애를 일찍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나처럼 호구같이 민증나오고 신검받을 때까지 연애 못해본 놈이 있는가하면 우유급식먹으면서 연애 진행 중이신 분도 있다. 따라서 이 케이스는 근 5년간 점점 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경우이다. 주로 학교 남자 선배 - 여자 후배이거나 동갑 커플이었으나 한 사람이 재수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상당히 불쌍하다. 본인을 끊임없이 자책한다. 매 순간, 매 시기가 고통이고 고뇌의 연속이다. 서로가 점점 공감대는 줄어들고 위로라는 이름의 지지대는 무너지고 마음은 멀어지는데 그 감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울기도 많이 울고 아련함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마치 20년 전 동성동본 커플은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90년대에만 해도 동성동본끼리는 결혼을 못했다고 한다. 나도 법과 정치 시간에 처음 알았다.) 지금 이 사연이 공감된다면 넥스트의 힘겨워하는연인들을 위하여라는 노래를 들어보자. 그래도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이 위기를 버텨낸 커플들은 더 애틋해진다. 또 그 때의 감정,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제 그 대표적인 커플 썰을 하나 풀고자한다. 

A군과 B양은 같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만난 동갑내기 학생이다. A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언제나 쾌활한 성격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모두가 A군을 의사감이라고 생각했다. A군은 1학년 2학기 때부터 B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사실 B양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긴 생머리를 가지지도 않았고 수려한 미모를 소유하지도 않았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A군은 B양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에 가깝다.'는 이유로 그녀를 좋아했다. 결국 그들은 2학년 2학기부터 연애를 시작한다. 
고등학교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2학년 2학기는 상당히 애매한 시기다. 드디어 인생 최대의 고비인 고3을 맞이하기 직전의 상황이라 이 시기를 대부분 학생들이 맨정신으로 보내지 못한다. 이 때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도 사랑을 쟁취했다는 기쁨보다는 이 사랑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먼저 드는 게 상식적이다. 둘은 서로가 그 일에 대해 많이 상의했다. 그들은 꿈이 확고했고 공부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함께 입시를 준비하며 그 위기를 해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1년. 그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B양은 목표로 하는 대학을 합격했고 A군은 그러지 못했다. A군은 고민했다. 그냥 대학을 진학하여 기쁨을 만끽할 것인지 아니면 재도전을 할 것인지(A군이 붙은 대학도 아무나 가는 대학이 아니다. 비꼬는게 아니라 진심이다. A군이 붙은 대학갈래라고 물어보면 난 100번 절하고 간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재수를 선택했고 그렇게 험난한 여정은 또 시작되었다. 1년. 그들은 특별한 데이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잘 버텨냈다. 10시에 수업 끝나고 귀가하면서 서로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상담을 하는 정도. 결국 그들은 현 상황에 만족하며 지금까지도 잘 만나고 있다. 

A군은 비록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서울 서부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B양 역시 서울 남부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자유롭게 전공 탐색을 이어나가고 있다. 

[2] 재수 도중에 만난 경우
난 개인적으로 이 놈들은 정신나간 놈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진짜 양심이 있으면 부모님 얼굴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된다. 그래도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것처럼 재수도 욕먹고 어찌되었든 성공만 하면 된다. 그래서 이미 이 감정에 눈을 떳고 그 마약의 쾌락에 이미 젖은 사람이라면 마음을 애태우지 말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그래도 치료가 우선이다!!) 이건 정말 비추하는 경우이니 혹시라도 이 글 읽은 사람들은 '오 그럼 나도?'라 마음먹지말고 예방주사맞았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A군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특목고 출신의 재수생이다. B양 역시 특목고 출신이나 삼수생이었다. 그들은 뭔가 서로가 남들에 비해 좀 어른스럽다고 느꼈는지 반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 수능에 대하는 본인들의 마음가짐 등을 털어놓으며 친해졌다. 그 감정은 깊어졌고 결국 6모를 보기도 전에 서로의 관계를 확정지었다. 둘의 대화는 유치한 사랑싸움보다는 공부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서로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영어 연계교재 지문 서로 물어보기, 과학탐구 지엽적인 것 물어봐주기 등이 그들의 대화였다.(이것만 봐도 같이 공부하는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 결국 그 해 수능에서 영어 연계율은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과학탐구는 드럽게 쉽게 나왔다. 제발 공부는 혼자 하자) 무튼 그들은 그렇게 그들 나름대로 수능을 준비해갔다. 인간관계도 원만했고 선생님들도 그들을 총애했다. 수능이 끝나고 A군과 B양은 각각 벚꽃이 이쁘다는 두 학교에 입학하여 공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3] 재수 끝나고 만나는 경우
미안하지만 이건 거의 없다. 그냥 한쪽의 일방적인 짝사랑과 한쪽의 일방적인 무시를 묵인으로 착각하여 해프닝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고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했어도 수능
이 끝나고 넓은 세계로 나오며 그 마음이 식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결정적으로 둘 중 한 쪽이 실패하여 부득이하게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잦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인내하고 끈기있게 버틴 사람들이지만 그 열매가 그다지 달콤하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사랑의 유통기한은 유제품급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썰5의 두 주인공이 이 케이스가 되길 바라지만 아쉽게도 그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A군이 대학문화 적응이 힘들어 아싸가 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가뭄에 콩나듯 탄생하는 이 커플의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A군은 장난기 많은 경기권 외고 출신의 재수생이다. 그는 장난기가 많은만큼 친화력도 좋아 재종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중에는 B양도 있었다. B양은 빠른년생이다. 그런 B를 A군은 늘 놀렸다. 
'너 나한테 오빠라 불러'
'아이고 우리 애기 많이 먹어~'
이런식으로 말이다. 비록 짜증나긴했지만 그런 A군이 밉지만은 않은 B양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졌다. 장난기 넘치고 매사에 자신만만한 A군이지만 그런 그도 사랑 앞에서 겁쟁이였다. 자기도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고 더 중요한 건 자신의 행동이 B양의 꿈에 조금이라도 해를 끼칠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냥 서로에게 설레임을 던져주는, 그런 사이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흘러 재종 마지막 날. 지난 1년을 함께 고군분투한 모두를 응원해주는 교실에 A군과 B양도 앉아있었다. 이제 수업이 끝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주는 대화합의 장이 펼쳐졌다. A군은 B양은 서로 번호를 교환했고 애틋한 눈빛으로나마 서로에게 마지막 응원을 건냈다. 
그렇게 수능이 끝났다. 예상을 빗나간 고난이도의 영어 시험에서 외고 출신인 A도 발목을 잡혔고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건 B양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입시를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요즘 어떤 입시학원에서 행복은 성적순입니다! 상위 10개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현재 본인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게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딴 개소리를 하면서 학원 홍보를 하는데 제발 우리 사회의 어른이라면 이런 소리 좀 하지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수능이 끝나고 다시 만났다. 그러고 그 때서야 서로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으며 마침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무한 경쟁주의인 이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긍심이 되어주었다. 

그들은 올해 16학번이 된다. 사이트 특성상 학교를 밝히면 또 결국은 실패자네ㅉㅉ 이런 말도 안되는 댓글 달릴 거 같아 대학과 학과는 물론 그 소재지조차 밝히고 싶지 않다. 확실한 것은 그들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세상 사람들은 맛보지 못할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재수 기간동안 단 한 번도 사랑을 속삭이지 못했고 결과도 좋지 못했지만 그들의 재수는 위 두 케이스 못지않게 로맨틱했고 성공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재 연애나 인간관계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고민하고 있는 수험생들, 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마주한 삶의 과제에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많은 대학생들, 사회인들에게 감히 이 말을 하고 싶다. 본인의 현재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자기 자신은 더 비정상적인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과 비교해서 옳고 그름, 정당성을 찾는다면 신화는 탄생하지 않는다. 성공 신화는 개척하는 거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생각보다 비정상이라고 간주할 만한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자기 삶에 긍지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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