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씨 [1237061] · MS 2023 · 쪽지

2024-12-29 0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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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6광탈에서 의대 4관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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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시절

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긴 했지만 공부 자체에는 의욕이 없었고 단지 누구보다 뒤처지는 게 싫다는 마음 하나로 계속해서 공부를 해왔습니다. 명확한 목표, 꿈은 없었고 성적표의 숫자 놀음에 계속해서 놀아났죠. 그럼에도 제게 명확한 기준 하나는 있었습니다. ‘의대는 절대 안간다. 성적이 되더라도 절대 안간다.’ 저 스스로도 의대의 공부량을, 의사 되고 나서의 혹독한 일정을 소화해낼 자신이 전혀 없었거든요. 생기부나 성적은 의대에 맞춰졌지만 제 마음 속에서 저 기준 하나만큼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죠. 사실 이전까지는 프로게이머를 꿈 꿨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도 어머니께서 전교1등을 하면 게임 대회에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 하셔서 시작한 거였죠..ㅋㅋㅋ 그러다 유튜브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됩니다. 흉부외과 의사의 생활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영상을 보던 중 한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뇌리를 사로잡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저렇게 잠도 안 자고 밥도 못 먹고 이러면 되게 힘들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흉부외과 의사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이유는 한 가지죠. 누군가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 마음 한 가지로 하는 거니까.” 지금 와서 보면 뭐가 그렇게 좋았나 싶은데 그때의 저에겐 제 인생의 방향성을 알려준 너무나도 고마운 한마디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명확한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고 아버지께서 말리시는 수준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거의 혹사였어요. 새벽 3,4시는 기본이었고 밤을 다 새서 공부를 하고 학교에 가기도 했으니까요. (솔직히 밤을 샜다는 자부심과 뿌듯함 때문에 더 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전 그렇게 제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2. 24학년도 수험생활

고3이 시작하는 겨울. 누구보다 큰 번아웃이 찾아왔습니다. 진짜 책 펼치기도 싫었고 수업 듣는 것도 진절머리 났었죠. 근데 번아웃이 왔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지도 못했습니다. 저를 믿고 계셨고 앞서 아버지께서 ‘니 그러다 금방 지친다. 살살해라.’라고 하셨을 때 ‘아 난 괜찮아~ 이정돈 껌이지~’라고 말하고 다닌 전적이 있었거든요..자존심이 있지 번아웃이 왔다고 말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원과 스터디카페는 이전처럼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가서 잠만 자긴 했지만..근데 공부를 가장 안 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내신 시험도 거의 다 끝났고 솔직히 모의고사 성적도 괜찮게 잘 나왔었거든요. 최저만 맞추면 의대를 갈 수 있었다 생각했기에 3합4만 맞추자는 생각이었습니다. 6,9월 모의고사 모두 그렇게 나왔구요. 그렇게 일주일 순공 1시간을 찍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어영부영 수시를 쓰고 수능까지 치고 나왔습니다. 가채점 상 최저를 맞췄기에 그때부턴 합법적으로 자유를 만끽했죠. 정말 망나니처럼 놀았습니다. 12월 8일. 이제 악몽이 시작됩니다. 32251…가채점을 잘못했던 겁니다. 진짜 하루종일 울었고 그렇게 노력해놓고 고3 1년을 날려서 그 노력을 소용없게 한 제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안좋은 생각도 많이 했구요. 그렇게 저 성적으로 대학을 가거나 재수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친구들과 일본 여행도 계획해 뒀고 놀고 싶은 거도 너무 많았기에 그냥 대학을 갈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부모님을 제대로 뵐 면목도 없었고, 스스로도 후회가 너무 남을 것 같았기에 그냥 일본 여행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3-1. 25학년도 수험생활

재수를 결정하면서 여러 학원을 알아봤습니다. 가장 유명한 강대, 러셀 남자 기숙 등등.. 처음엔 친구와 함께 강대를 갈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오래된 소꿉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가 강하에서 윈터를 보냈는데 꽤 괜찮았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강하에 대해 조금 살펴보니 전략 담임 선생님이 따로 계시고 선책 수업제로 수업을 운영하다더군요.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수업과 관리를 동시에 하지 않기에 선생님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 내가 강한 과목들의 수업은 조금 줄이고 약한 과목부터 보충해나갈 수 있다는 점 등등이 효율성을 최고로 생각하는 저에겐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바로 강하기숙의대관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3-2

입소 첫 날. 친구도 만들지 않고 독고다이로 1년을 버티자는 마인드로 학원에 들어가 자습실 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재수를 스스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공부할까에 대한 제대로 된 방향성은 없었습니다. 내신 위주로만 공부했었기에 ‘수능 공부’가 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그래도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겠지 하며 양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추천드리는 방법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첫 모의고사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았거든요. 지구과학은 16점을 받았지만..사실 수능에서 5등급을 받은 화학을 계속 들고가면 안될 것 같았기에 전략담임쌤과 상담 후 최저를 맞추는 것을 목표로 지구과학으로 바꿨었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처음 받아보는 성적을 받으니 조금 쓰리긴 하더라구요.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지구과학 수업 시수를 4시간으로 늘리고 옆 동네의 오선생님의 힘도 조금 빌렸습니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개념을 익히고 기출을 돌리다 보니 확실히 오르긴 하더라구요. 그렇게 마지막 시즌인 시즌4때까지는 지구과학에 비중을 조금 더 두면서 시간표를 짰습니다. 그러던 중 사고가 하나 터집니다. 1아니면 높은 2가 뜨던 영어에서 처음으로 3등급이 떠버립니다. 심지어 아깝지도 않은 3등급…예상하셨을지도 모르지만 1.4%의 1등급 비율을 가진 그 6월 모의고사였습니다. 솔직히 어려운 시험은 맞았지만 3등급이 뜨니 그때부터 불안해지더라구요.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도 괜찮다고 위로해주셨지만 전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바로 영어 시간을 2,3시간으로 늘리고 영어 특강과 메디컬 PT도 수강했습니다. (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 드리자면 메디컬 PT는 강하기숙의대관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직접 학생을 선별하셔서 4,5명 정도로 그룹을 이루어 소규모 과외처럼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땐 운좋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평소 감으로만 풀던 영어에 루틴이 생기기 시작했고 성적도 굳건한 1등급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주말에 서바이벌 모고를 풀면서 모래주머니 효과를 얻은 덕도 있습니다. 나머지 세 과목은 꽤나 자신 있는 과목이었기에 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얻고 조금만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국어는 감으로 풀고 있었기에 명확한 풀이법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은인님을 만나게 됩니다. 제 국어 인생은 홍*현 선생님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체계적으로 글을 읽는 방법 뿐만 아니라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생각들을 위주로 수업해주시는 점이 제 눈에 확 꽂혔습니다. 중간 중간 풀어주시는 썰들도 너무 재미있었구요. 그렇게 저는 특강과 메디컬 PT도 모두 수강하며 자칭 홍*현 선생님의 애제자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선생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국어라는 과목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성적이 안올라서,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서 선생님을 찾아갈 때면 선생님께선 항상 제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천천히 너의 속도에 맞게 해라’ 남들이 보기엔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제겐 너무나 큰 힘이 됐습니다. 평소에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심과 질투심에 치여 살던 저는 그 말을 듣고 남들과는 다른 저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재수 생활을 이어나갔고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더라도 전 그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던 최선을 다할 수 있었거든요. 그렇기에 제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홍*현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쌤.) 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제 성적은 9월 모의고사를 치면서 안정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2,3등급도 꽤 있었기에 불안한 마음도 컸습니다. 그래도 전 제가 최선을 다 했다고 믿었기에 성적이 오를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실제로 확인해보니 너무나 뿌듯하고 벅차더군요. 지금처럼만 유지하고 수능도 편안한 마음으로 치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때부턴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길을 걸어다니며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전략담임쌤께서 학기 초에 오타니 선수를 언급하셨던 기억이 나 오타니도 그러는데 나라고 안하면 안되겠지 라며 쓰레기도 줍고 주변 친구도 도우며 거의 천사로 살았습니다.


 


4. 수능 전날

솔직히 별로 안떨렸습니다. ‘이렇게 공부해놓고도 안되면 그땐 어쩔 수 없는거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셨잖아. 한잔해~’ 딱 이 마인드였습니다. 그렇게 국어, 영어 예열지문을 뽑고 루틴을 다시 정리하면서 틀렸던 문제를 다시 보는 것 정도만 했습니다. 전 날엔 너무 무리하면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아질 거라 생각했기에 1년 중 문제를 푼 시간은 가장 적었던 것 같습니다. 짐도 싸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리스트만 만들어두고 자러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긴장을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새벽 2,3시까지 잠에 들지 못하였고 심장소리는 귀를 대지 않아도 쿵쾅쿵쾅 거릴 만큼 너무 크게 뛰었습니다. 원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 생각만이 머리를 멤돌잖아요. 그렇게 언제 잠들었는지는 모르지만 3시가 넘어서 겨우 잠에 들었습니다.

 

5. 수능 당일

생각보다 컨디션은 괜찮았습니다. 긴장 때문인지 오히려 각성한듯한 효과가 나타나더군요. 강의실에 모여서 수험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도시락을 들고 선생님들의 응원을 받으며 그렇게 수험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수험장에 도착해서 계획한대로 예열 지문을 풀기 시작했고 느낌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러다 일 내겠다 싶었죠. 솔직히 몇 일 전에 유퀴즈 나가서 인터뷰할 준비까진 해뒀었습니다. 그걸 꺼낼 때가 됐구나 싶었죠. 하지만 실전은 다르더군요. 평소 자신 있던 언매와 고전소설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멘탈은 무너졌고 독서 지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탈탈 털린 채 시험이 끝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여러 번의 모의고사 덕분에 이런 상황에 익숙했고 ‘이번에 컷 진짜 낮겠는데? 현역이들 어떡하냐’라고 생각하며 수학 공식 노트를 읽었죠. 그렇게 수학 시험은 무난하게 끝내고 밥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학원에서 평가원 모의고사 때마다 같은 메뉴로 도시락을 싸줬었기에 장이 예민한 저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는 솔직히 풀면서 웃었습니다. 100점을 확신했거든요. 이제 탐구만 잘 치면 끝난다는 생각이 머리를 멤돌았습니다. 근데 웬걸. 탐구를 역대급으로 못 본 것 같았습니다. 생명은 어찌저찌 다 풀었지만 지구과학은 두문제를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침울한 얼굴로 학원에 돌아가 가채점을 시작했습니다. 국어 1, 수학 2, 영어 1. 3합 4는 맞췄기에 일단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1지망 대학과 다른 대학은 탐구까지 모두 봤기 때문에 탐구 답지가 나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생명과학은 쉬운 2점짜리 하나 틀리고 지구과학도 44점이라는 꽤나 준수한 성적을 얻은 것입니다. 그렇게 저의 재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됐습니다.


 


6. 이후의 이야기

최저를 맞추기는 했지만 성적표가 나오는 날까지는 편하게 놀지 못했고 면접 준비 하느라 조금 바쁘게 산 것 같습니다. 다행히 성적표는 가채점대로 나왔고 면접도 기깔나게 봤었기에 그 이후로는 정말 편안한 자유를 누렸습니다. 밀린 드라마도 보고 연애도 하면서요. 그렇게 전 4군데의 의대에 합격했고 1지망으로 원했던 의대에 합격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봐서 맥락이라곤 1도 없는 것 같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전 재수를 하면서 딱 한가지 생각으로 버텼어요. ‘내가 나를 안믿으면 누가 나를 믿어주겠냐. 부족한 것도 나고, 성장해서 세상을 놀래킬 것도 나다. 애벌래도 나비가 되기 위해 2주를 버티는데 나라고 1년을 못 버티겠냐. 까짓거 한번 해보자. 남자가 가오가 있지.’ 여러분도 여러분 스스로를 조금만 더 믿어주세요. 그럼 자신의 길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나아가는 방향도 더 명확해질 겁니다.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시던 전 그 모든 선택을 응원합니다. 진심으로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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