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능 이야기, 2024.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올해 공부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고, 이런 글을 읽었을 때 혹시나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22년 11월, 처음으로 제대로 준비한 수능을 쳤던 저는 한 번만에 의대성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한 번 더를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아직 완벽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뤘고, 한 번 더 시험을 쳤을 때 더 잘 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대학을 다녀보고 생각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아무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별 의미 없는 음주가무에 매달려있고, 그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수능을 한 번 더 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제 모습을 보며 더 이상은 안되겠다 생각하여 5월에 무작정 짐을 싸서 대치동으로 올라갔습니다.
24년 수능은 제가 매우 공을 들여 준비했던 시험이였습니다. 특히 이전까지는 감으로 푸는 것 같았던 국어 실력에 확신이 생겼고, 올라가는 표점을 보며,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서 선택했던 과탐 투과목 실력이 금방 느는 것을 보며 올해는 정말 잘 갈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학원 빌보드에 9, 10, 11월에 찍힌 등수는 5등, 20등, 3등. 자신감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수능 전 날 두려움이 아닌 설레임을 안고서 자리에 누웠던 그때의 제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작년 수능은 정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가채점 결과 나왔던 점수는 83 89 1 50 50. 9모에서 전과목 1문항을 틀렸던 저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점수였습니다. 수능은 나의 길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다시는 수능에 눈을 돌리지 않고 복학해서 잘 살아보자고 생각했었습니다. 점수에 대한 자책감과,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내주고 학사에서 재워주셨던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막상 성적을 받아 보니 83점인줄 알았던 국어 점수가 95점이 되어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채점을 잘못했던 것이죠. 저의 수학 점수는 여전히 보잘것 없었지만, 국어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했던 24학년도 수능에서 제가 받은 점수는 인서울 의대를 가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행이다.. 생각하며 비로소 안심을 했던 그 때, 가채점 결과를 보고 응시하러 갔던 논술 시험에 합격하면서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더 낮은 대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였습니다.
그러고서 3월까지 긴 시간동안 참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나는 분명히 최선을 다했고, 과정엔 전혀 후회가 없는데 결과는 원하던 것과 많이 다르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와 일 년 내내 함께 했던 친구가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며, 옆에서 박수를 쳐주고 웃어주며 축하의 말을 보냈지만 참 우습게도 제 마음까지 그렇지는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는 좋은 대학, 좋은 학과를 왔기 때문에 주변에 내가 너무 아쉽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슬프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이 없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다 보니 제가 지나온 삶들에 대해서 성찰을 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하면 사회에도, 또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작년 이맘때 칼럼 작성과 문제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제 꿈은 교사였기에, (실제로 제 첫 대학은 서울대학교 생물교육과입니다.)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아주는 것이 참 행복했고, 수능을 공부할 때와는 다른 좋은 감정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 칼럼을 읽고서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이나, 마음이 담긴 답신들을 받을 때는 벅찬 감정들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모의고사의 배포가 성공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사하다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들을 볼 때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였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의 무너졌던 자존감들이 참 많이 회복되었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4월에, 정부의 정책에 의하여 불가항력적인 일이 발생하였고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저는 이젠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두 달 정도는 집 주변의 하천에 산책을 다니고, 진행하고 있던 과외를 계속 하면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이 사회에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는 맹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의대생이 되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온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게 되었습니다. 성찰 끝에, 내가 미래에 가지게 될 직업을 의사로 국한시키지 말고, 20대, 30대에는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이 아닌, 서울이라는 넓은 세상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24년 4월, 저는 저의 마지막 도전을 시작하였습니다.
부모님께 더이상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기에, 올 한 해는 제가 번 과외비로 컨텐츠를 구입하며 공부하였습니다.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수능 5일 전까지도 과외를 진행하며 부독한 용돈을 충당하였습니다. 알바와 공부를 병행하며 수능을 준비하다 보니, 저의 100%를 공부에 쏟지는 못했지만, 지방 독재학원이라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제 나름의 최선은 다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모의고사 성적은 계속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만하지 않으려고,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번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실패할 용기를 가지고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수능 전 날 밤에는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초탈한 마음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품고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결론적으로 매우 높은 대학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두 번 다시 제 인생에 수능은 없을겁니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며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실패할 용기”입니다. 24학년도 수능을 치기 전까지 저는 화양연화와 같은 삶을 누려왔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다 이루어진다는 자신감, 어쩌면 과한 자존감을 가지고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24수능에서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을 때 너무나 큰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에 대한 좌절감은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오래 지나지 않아 사러지더군요. 무엇이 됐건, 실패할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의 실패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다가올 나의 성공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줄 새벽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직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긴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큰 꿈을 가지고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대학에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컴퓨터 공학이나 법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싶고, 국회나 연구실처럼 제가 접해보지 않았던 여러 장소들에서 인턴 활동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그런 와중에도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아가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다 이루어냐겠다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시련을, 또 얼마나 많은 실패를 만나게 될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보려 합니다. 30년 뒤에 제가 이 글을 다시 보았을 때, 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자 합니다.
일기장이 되어버렸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6,000)
-
5,000
-
1,000
-
피곤해 12
흐에엑
-
삼수는 꼭
-
6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나마 과학이 낫다 나음을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지는 모르겠으나...
-
연승행진 끝나나 3
개같이 2골박고 역전각 재면 안될까...16연승 보고싶어
-
깔깔
-
안시호 게이를 꺾을만한 문제... 하도 옛날에 내서 내가 내꺼 풀어보는중임
-
국어4-5뜨는 노베 고3 정시러이고 화작선택했습니다 인강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느낌이...
-
10년전 수지라 1
ㄷㄷ
-
흐흐흐
-
맞팔 좀 해줘 2
제발
-
언매 4
아예노베인데 6월부터 해도 상관없나요? 다른과목 평균2등급정도에요..
-
ㅎㅎ
-
대회 이기고왔다 8
pog도 받았다
-
이라고 연대든 성대든 들어간 채로 대학공부 책 앞에다 펼쳐놓고 옯에서 연기해도 되나요
-
이 노랠 작년에 정말 많이 들었네요
-
양자가 스캠? 7
잘아는 사람 없을까요 ㅇㅇ?
-
10년 전 수지 5
이 사람은 시간이 안 감??
-
성능 ㅅㅌㅊ 조회수도 노뱃일때랑 다른듯
-
일단 조정식 현강 3주차까지 듣긴 했는데 솔직히 월간 조정식 좀 어렵고 실력 오르는...
-
맞팔구 2
-
4.2 3.0 2.9 3.5인데 마지막 학기 2점 초반 만들고 학종으로 인서울 비빌...
-
문제 위에 시간입니다 (1트 2트 3트…) X를 t로 보고 9분동안 헉 왜 계산이...
-
님들 뭐함 11
할게없어서 공부하고있는데 이건 아닌거같음
-
강민철 독서가 평이 문학만큼좋지 않은것도 몰랐음 근데 오티만 듣고아무것도 안찾아보고...
-
피디엪 프린트 60장했는데 거의다 연하게 나와서 풀수는 있겠는데 느리게 풀릴거같음...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성균관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성균관대학생,...
-
. 1
일단 저도 똑같은 고민했었고 2년반동안 생명 낮3-4 뜨는거 보면서 고통받다가...
-
예비고3 겨울에 공통 기출을 무조건 한 번은 돌려야하나요?? 하고 있긴 한데 다...
-
아
-
나도딸치고온다 6
-
강민철을 숭배하지 않는 이단들이라니 다 물러나거랏 이 악마야!!
-
불안감 우울함 모두 보내주고 올게
-
미적 우선구매해요 공통 있으면 좋습니다 연락주세요
-
홍머병이 된 오레사마
-
중딩 때 전교권<---의미있다고 보시나요
-
사수하는사람? 5
시작함?
-
많관부
-
님들 하이 12
느에
-
오랜만에 질받 23
일병 개짬찌 상근/휴가 끝나고 동대로 곧 갈예정 건대 낮문 국어 원툴 군수생...
-
재수하는사람? 8
?
-
많이 빡센 편임? 국어수학이 부실한 편이라 좀 달려야하는데
-
학생이 교과서 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거같은데 강사나 교사, 출제진이...
-
그런 세상이 와버린거냐..
-
일단 매일 아침 강기분을 4시간동안듣거나 요일에따라 영어모의고사를 한회식 풀고 오답...
-
막 25살이상이고 그러면 좀 당황스러울듯…
-
63-76-91로 올렸는데 고정1 하고싶어요
-
근데 고3 딸어케침 17
진짜궁금해서그럼 공스타하는 몇몇사람들도 하루 빈틈없이 꽉 채워서 사는 사람들 많던데...
화이팅입니다 :)
선생님 글 보고 삘 받아서 쭉 써보았습니다 ㅎㅎ
선생님 글도 정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영감이 됐다니 뮤즈인걸까나?... ㅋㅋㅋㅋㅋ 주접 죄송합니다 ㅠㅠ
고생하셨습니다!!
투칼럼 진짜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필력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멋져요
우와 진짜 너무 멋지세요 최고!!
완전 멋있네요. 이미 지금도 대단하시지만 나중에 훨씬 크고 대단한 일을 하실것 같네요.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저도 꼭 본체만채님을 본받고 목표를 이루고 싶네요
워후 글 진짜 좋네요
응원합니다
+사실 25수능 현역으로 과분한 성적 받았다고 생각함에도 아쉬운마음이 남아 반수를 계획중입니다
이게 맞는 판단인지도 헷갈리고 학교걸고 하는 재수가 성적향상에 유의미할지도 모르겠어서 생각이 많아지는데 조언해주실만한게 있으신지요
크게되실분!! 응원합니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엇던 사람들이 n수에서 실력은 올랏음에도 실패를 맛볼때 성적대는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거같네요 저의 처음 수능은 긴장 두번째 수능은 압박과 부담 세번째 수능은 초탈한심정이엇네요 다 성장의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응원해요
캬
형님 04년생이신가요???
지방 독재학원에서 준비하셨는데 어떻게 시대인재 자료들을 양껏 활용할 수 있었나요?
수학과 영어는 모두 라이브 수업으로 1년 내내 수강하였습니다
혹시 지방에서 시대 자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라이브뿐일까요
라이브 이외에, 일부 독재 학원들(다원, 명인 등)에서 구입해보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끝으로 메가스터디 인강 모의고사만 해도 양이 많고 자료는 충분하다고 느끼는데 주변 학생들이 시대자료를 어떻게든 구입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많이 봤고 또 그 친구들 대다수는 성적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수능 대비에 시대인재 자료가 필수재라고 보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구할 수 있을만큼 방학 때 돈을 모아두려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강사 모의고사보다, 시대인재의 수학 및 탐구 모의고사가 퀄리티가 더 좋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문항들을 풀어보었을 때에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만채님 더불어 평소에 칼럼 유익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