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덕 칼럼] 걸밴드 애니 #1 - 케이온!
영화나 애니 보고 평론 쓰는게 취미라 예전에 써놓은 글이에오...
수능 끝나면 그래도 볼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봐요
‘걸’밴드 애니메이션 <케이온!>은 건반이다. 친근한 이미지인 점,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 이후에 등장한 모든 파생 작품들의 기반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이 그렇다.
잠시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친구들과 함께했던 가장 즐거웠던 추억을 돌이켜보자.
사진처럼 남아있는 몇몇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억들, 대단히 특별한 것인가? 그래봤자 점심시간 교실에서 떠들던 것, 노래방에서 목이 쉬어라 노래한 것, 친구들과 번화가 놀러간 것, 친구 집들이한 것 정도 아닌가?
가장 스펙터클한 기억이라고 해봤자 다함께 간 수학여행, 몇몇 사람들에게는 학교 무대에서의 장기자랑 정도일 것이다. 평범한 학생들의 추억이란 다 거기서 거기다.
일상물을 잘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서 발생한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지루하진 않아야 한다. 마음 편히 볼 수 있지만, 흥미를 잃게 되진 않아야 한다. 또 현실적이기만 해서도 안된다. 일상물을 시청하는 데에는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을 잊고 만화속의 즐거운 삶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힐링'을 위해서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서도 안되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도 안된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평화로운 일상'은 판타지가 되어간다. 일상물은 적절한 선을 지키며 그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렇듯 일상물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예쁜 그림체로 귀여운 여자애들 하하호호 하는 것만 그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온>은 일상물의 교과서와도 같다. 물론 만화적 과장은 있지만, 캐릭터들이 맞닥뜨리는 상황과 그에 따른 반응의 밑바탕이 되는 심리는 모두 공감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그리 웃기지도 않은 실없는 농담이 왜 그렇게 웃겼는지, 왜 매번 모인 목적을 잃고 의식의 흐름대로 대화를 이어나갔는지.
또한 여성 스태프가 다수 참여한 작품답게 이 작품의 여고생들은 친근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성적 뉘앙스 없이 섬세하게 묘사된 캐릭터들은, 오타쿠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고 개성있는 ‘인물'로 느껴진다. 캐릭터들의 사소한 말버릇과 행동까지 신경쓴 디테일이 이 작품의 진가를 드러낸다.
한편 이렇다할 갈등도 없고, 어쩌다가 오해가 생겨도 결국에는 매번 훈훈하게 끝나는 이야기들은 일상물의 비현실적 요소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킨다. 시청자들은 작품을 보며 감정노동 머리노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고, 만화 속 꿈같은 세계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그만이다. 캐릭터들이 걱정없이 놀며 순수하게 미소짓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20분동안은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에피소드들은 뭉클한 감동까지 있다.
혹자는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표현을 쓰며 별 내용도 없는 일상물을 왜 보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케이온>을 보며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작품 속 캐릭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화에 가까워져갈 때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과몰입이라고 욕하려면 욕할 수도 있지만, 학창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아주 희미하게나마 다시 기억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일상물, 그 중에서도 학원물이라는 장르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현대사회에서, 어쩌면 꼭 필요한 장르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학창시절의 모습에 굳이 거창한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다.
favorite character: 히라사와 유이
누군가가 모에의 정의를 묻거든 눈을 들어 유이를 보게 하라. 주인공답게 대부분의 개그와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다. 유이의 경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서도 성격과 행동이 일관적인 편인데,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운 매력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캐릭터가 얼마나 잘 만든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그 ‘한결같음’이 이 캐릭터를 애정하게 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favorite scene: 수학여행 밤
정말 별 거 없는 장면인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소등 이후 잠에 들기 위해 누웠지만 적막 속에서 누군가가 던진 아무 의미 없는 말에 누구 한명이 웃음이 터지고, 웃음을 참으려니 더 웃음이 난다. 웃음은 전염되어 친구들 모두 숨죽여 폭소한다. 그렇게 한참을 잠에 들지 못한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뒤늦게 터지는 친구 한 명까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다.
favorite track: 푹신푹신 타임
<케이온>의 에피소드 수는 2기와 번외편까지 포함하면 약 40편 정도로 적지 않은 분량인데, 삽입곡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음악보다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의 방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층 현실감을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음악이라는 걸 이제 막 시작한 주제에 메이저 퀄리티의 앨범을 뚝딱 만들어내는 여고생 밴드보다는, 쉬엄쉬엄 연습하다가 괜찮은 곡 한두개 만들어놓고 축제 때마다 우려먹는 밴드가 평범한 학교 밴드부의 가장 현실적인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특유의 ‘아마추어’ 감성을 살리면서도 대중적인 히트곡의 자질을 갖춘 곡이다. 가사는 오글거리고 세션과 보컬은 어딘가 서투른 듯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함이 이 곡을 찾게 만든다. 누가 뭐래도 방과후 티타임의 대표곡이자 <케이온>을 상징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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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게 취미라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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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할줄모르는데 어라라. ..? 난 절대음감이라 좀 튕겨보면 안다구!!
걸밴크도 기대합니다
이미 써놔서 와다다 올릴 예정이니 좀만 기다려용
오오
리빙포인트)케이온 애니를 만든 감독은
듣고싶은 소녀랑 듣고싶지않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목소리의 형태 감독이다
2024년에 너의색이란 작품을 만들었다
오오 목소리의 형태도 인상깊게 봤는데 같은 감독이었군요!!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