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사교육의 기술자들" 읽어본 후기
전반적으로 현 대학 입시 체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특히 수학, 과학/사회탐구가 얼마나 괴랄해졌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시와 입학사정관제, 사교육을 조장하는 현재의 체제를 분석하는 것은 다른 책에서도 충분히 했던 거지만,
이 책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현 시대의 수능이 얼마나 기괴해졌는지를 정말 정확하게 짚어냈습니다.
단순히 교수 몇명 데려와서 수학문제 풀리고 "수능 좀 이상한거 아닌가요?" 같은 소리를 내보내거나,
외국인 몇명 데려와서 "오 문체카 안 풀려요. 수능 말이 안 돼효우." 따위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기존 언론의 패러다임에서 완전 벗어나있습니다.
수능 출제유형의 고착화, 범위 축소로 인한 "실전 개념" 의 등장,
인강의 등장으로 사라진 지방의 학원가와 입시 커뮤니티, 이로 인해 생기는 또다른 지역간 격차,
2010년대 이후 열린 대 사설실모 시대의 확대,
시대인재와 현우진 선생님을 필두로 한 모의고사/N제 전성시대의 역사,
그를 뒷받침했던 커뮤니티 중심의 수능 문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설모의 업계의 어두운 뒷면 이야기까지 다룬 것이 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두운 뒷면이라는건 소위 "사교육 카르텔" 따위의 불법적인 냄새가 나는 그런게 아닙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잘 모를만한 이야기들, 예컨대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불안정한 직업 안정성, 박봉으로 구르다가 창의력이 떨어지면 매정하게 버려지는 출제자들의 뒷이야기 등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수능 폐지하고 수시로만 뽑자!" 따위도 아닙니다. 당장 저자 역시 책에서 "수능을 무작정 폐지하자는 건 쓰레기가 가득한 방을 청소하지 않고 문을 잠근 채 계속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며 매우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러한 현실을 모른 채 탁상공론으로 이뤄지는 제도의 수립, 아무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기사를 나르는 언론과 대중의 문제이지 수시가 좋네 정시가 좋네 따위의 일차원적인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현 시대 대입의 어두운 일면을 나름대로 잘 조명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도 없진 않습니다. 특히 국어 과목에서 '스킬' 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해결한다는 대목은
솔직히 음...? 싶었습니다. 당장에 사교육의 효과가 가장 적은 과목 중 하나가 국어인데 말이죠.
그 스킬이랍시고 가져온다는게 다른 것도 아니고 치환 스킬, 소위 눈알 굴리기나 다름없는 건데
이렇게 수능을 푸는 친구들은 잘해봐야 3등급인 건 당연할 겁니다. 그건 스킬이 아니라 무식한 행동이죠.
또한, 이러한 스킬을 언급하면서 이런 걸 가르치는 '사파' 강사들로 "이러한 강사들 중에서는 LEET나 PSAT를 가르치다 온 강사들이 많다."
는, 누가봐도 이원준T를 암시할 만한 멘트를 넣었는데, 이 부분도 상당히 의문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는 이원준쌤은 누구보다 지문 이해와 논리적 코드를 중시했으면 중시했지,
소위 행동 강령이나 실전 스킬을 가장 싫어하시는 분이거든요.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저자분이 수능의 기조가 급변한 17학년도 이후의 입시를 경험하지 않으셔서 생기는 일 같습니다.
그 전의 수능은 저자분이 이야기하시는 눈알 굴리기 신공이 나름 먹혀들어갔던 시대니까요.
그래도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상당히 정확하게 문제를 잘 지적했습니다.
지문 길이나 킬러문제 따위로 난이도를 논하는 언론들의 일차원적인 태도와는 결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수능 끝나고 시간이 남으시면 한번 읽어보실만 합니다.
읽어보시면서 이름은 가려졌지만 누군지 다 알고 있을만한 강사분들의 이야기도 있기에
누군지 맞춰보는 나름의 재미(?)도 있을 겁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평범한 우울글 0
죽을 깡도 없으면서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
피곤해 0
윽
-
본인 22 여친 22이고 사권지 500일 넘었음 여친이 아는 사람 소개로 고3...
-
다 잠들었나 7
고요하군아
-
얼버기 4
-
오야스미 0
네루!
-
수능끝나고 할거 3
수능보기
-
설의 농어촌 정시 오르비에서 나온 고득점자 혹시 몇점인지 아심? 아님 연의 고의...
-
아무랑도 말 안해야하나요? 분위기 안좋은학교라서 저도 공부 안하게될까봐.. 다들 어떻게하셨을까요
-
이유도 부탁 ㅜㅜ
-
머리 크기에 비해 키가작다
-
너무 많아서 계산 포기
-
여기사 진짜 친구없는건 나밖에업구나...
-
오르비는 1
영어로 오르비
-
오르비가 죽었어 2
아니야 아직 따뜻해
-
애플워치 ㅈㄴ 갖고싶다 수영할때 끼면 ㅈㄴ 좋은데…
-
리세계 이거 구하는거 개귀찮아서 때려침
-
새르비감성이좋음 0
그래서 새벽에만 오르비함
-
웹툰 0
살인예정자 흥미진진한걸
-
배웠어요 불교대학답게 쟈한테 깨달음을 줬어요 건동홍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
풀커리 타는 거 어때욤
-
할머니댁가면 할게 그것밖에 없을것같아
-
0 3
45 957
-
잘자요 1
졸려..이젠진짜 자야겟어요 잘자요
-
컨관님 너무해..
-
계엄은 문화다! 0
계엄 조이고
-
너무절망적임. 너무길어..
-
정시러입니다 수학이 유독 약해서 이미지 선생님 세젤쉬 수1 완강 후 현재 세젤쉬...
-
오 메인 갔네 2
오랜만에 메인이라 설레네
-
졸릴때 이불덮고 자는거랑 걍 자야할시간이니까 억지로 자는거랑 기모찌함이 다름
-
구속 되고 말야
-
니파~⭐ 걔 맞음ㅋㅋ 팔로워좀 차면 시작한댕...
-
대학가자 5
ㅇ
-
왜 살아있을까요
-
곧 또 알바가네 3
ㄹㅇ쉬고싶다 이말이야 일 안하고살고싶다..
-
고대붙으면좋겠다 2
작년 예비돈거에 1.5배는 돌아야 붙을수있는데 서울대 빵꾸 개많이나서 돌앗으면 좋겠다
-
여기 왜 자꾸 4
글 하나 보고 뒤로가기하면 새로고침 돼서 맨위로 올라가나요 원래 이런 건가
-
뉴런 25 26 2
뉴런 25 교재 수1 수2 있는데 수1은 브랜뉴런 제외 거의 다 풀었고 수2는...
-
반수 거부감 다 사라짐 10
과탑 찍고 노대 가고 싶다
-
기안 장우 대호 성환 새로운 사람 말고는 넘기는 듯
-
보스 잡는건 어려워서 내실만 주구장창 하는중 넷플릭스보면서 모코코주우면 시간후딱감
-
저거 얼마 안하니 다시 구매해주실분....ㅈㅂ
-
플렉스 ㅇㅈ 6
이게 진짜 플렉스지 ㅇㅇ
-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니 입시에 찌들어있는 내가 너무 불쌍해 보임
-
시간 녹았네
-
부럽다
과탐은 다른 나라의 입시와 비교하면 확실히 괴랄하죠. 수학은 뭐 옆동네도 괴랄하기로 유명하니까 넘어간다 쳐도. 한국 입시제도 깔 때 십중팔구 IB나 AP 들고 오는데 확실히 한국은 내용 면에서 약간 빈약한 감이 있음
근데 영어는 깔 게 크게 있나? 지문을 가지고 뭐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듣기를 수정해야 될 거 같은데... "특히 수학, 과학/사회탐구가 얼마나 괴랄해졌는지" 하신 거 보면 영어 얘기는 별로 없을 거 같긴 하네요
영어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어요. 국어는 상술한 것처럼 허수아비 때리기였고
수학 과학은 정말 정확하게 짚어냈어요.
ㅂㄱㅇ?
과탐 괴랄함 짚어낸것만으로도 결이 다르군요
맞아요... 정말 읽으면서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범위 축소로 인해 문제가 괴랄해짐' 딱 잘 짚었네요
수능이 문제다 ㅡ x
ㅂㅅ같은 교육과정이 문제다 ㅡ o
이 책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교육과정과 유형의 고착화가 수능을 망친다고 하고 있으니 잘 짚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