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01:30.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日記를 써내려간다.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우등한 학생이었다.
반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9살의 나이에 전교에서 3명만을 뽑는 심사를 거쳐 영재원에 발탁까지 되었었다.
나는 막둥이로써 가족들의 기대감을 짊어졌고, 나 또한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심지어는 난 06년생으로 빠른년생이기 때문에 더욱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나서 악몽이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맛들려버린 나는 내 18년 인생에 있어서 가장 후회스러운 3년을 보낸다.
그렇다. 나는 차별적교제이론을 매우 긍정한다.
방황하던 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각성할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많은 고등학생들이 정시파이터로 전향하는 이유가 그렇듯 자연스럽게 내신은 무너져만갔다.
이때 깨달았다. 내가 어릴적에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비범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친듯한 공부량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중학생땐 공부를 안했으니까 그런거고 다시 하면 당연히 상위권으로 돌아갈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어릴때 주말, 빨간날 할것없이 공부했다. 매일. 꾸준히. 하루종일.
어쩌면 나의 재능은 평균 이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공부했었는데 왜 그정도밖에 안되었지? ㅋㅋ......
고2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시파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엉망진창 고2 생활이 거의 지나갈때쯤 이상한 냄새가 났다.
수능냄새.
어느샌가 차가워진 공기, 그리고 달라진 학교와 고3 선배들의 분위기.
남들은 정문에 서서 하하호호 선배들을 응원할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1년뒤 내가 타임루프를 통해 과거로 돌아간 시점이었던 것 같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롄데 어떡하지?
몇개월 뒤에 현 시점을 미치도록 후회하고있을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졌다.
수능을 망치고 후회해봤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을 것이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서 울며 잠들고를 반복해도 깨어나면 마주할 허탈함, 좌절감, 열등감, 우울함을 느낄 나를 상상하자 토가 쏠렸다.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그들에게서 차마 가려지지않아 느껴질 실망감을 죽어도 체감하기 싫었다.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생각들을 남들보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착수한거 같다.
내가 이런 경각심을 가졌을때 주위를 둘러보면 그 누구의 발등에서도 불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뿌듯한 일들 중 하나다.
그래서 난 현역을 재수생처럼 보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인터넷에서 이러한 영상을 보았다.
"학생들은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들은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을때 느낄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느끼기 싫기 때문에 자기방어적으로 최선을 다하진 않는거죠. 그랬을때는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으니까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교우관계가 좋았던 나지만 절친한 몇몇 친구들을 제외하곤 서서히 말을 줄여갔고 쉬는시간, 점심시간에도 공부를 했었다.
솔직히 두려웠다. 공황도 왔었다. 수험생활 중 가장 힘든게 외로움이라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하면 믿지도 않는 신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나를 도와줄거라고 믿었다.
현역들 중 나만큼 힘든 사람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은 없을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힘듦의 정도와 비례하게 신이라는 존재가 대학을 보내줄 줄 알았다.
하지만 웃프게도 국어 omr 밀려씀과 수학 omr마킹실수라는 말도 안되는 짓을 범하고 나의 현역 수험생활의 이야기는 종결되었다.
(수학 omr마킹살수는 성적통지표가 나올때 알았다. 가채점 결과와 실채점 결과가 상이했던 것이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는 분명omr답안지를 보고 가채점표를 작성했는데 어째서 가채점 결과와 실채점 결과가 다를 수 있냐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큰 착각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임에도 그들은 애써 부정한다.
그건 바로 '인생의 불공평함' 이다.
당연하게도 인생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나포함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한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님을 인정해버리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제 놓아주기로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싫어한다.]
끝나고나서 나는 실망스럽기도하고 억울하기도했지만 너무 끔찍했던 나의 1년을 근거로 수험판을 떠나기로 굳게 다짐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난 결국 학고반수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크게 세가지가 있다.
1. 나와는 비교대상조차 아니였고 심지어는 저 친구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과 같은 대학교에 입학해야한다.
2. 나와 비슷한 성적대였던 동창이 나보다 높은 등급의 대학교에 진학하게된다.
3. 도저히 이 아이들과 같은 대학교를 다니며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나르시스트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이들과 같은 수준의 인간으로 취급받기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이들보다 우등하고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수단은 오로지 수능성적표였고 대학간판이였다.
나를 가장 괴롭게했던것들 중 하나는 주변인들의 의아함이었다.
학고반수를 걸어둔 대학교의 이름은 말하지 않겠으나, 누구나 들어봤을 인서울 공과대학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내 기대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대학교이다. (어쩌면 기대가 높았기에 그나마 이정도에 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변인들은 재도전을 하겠다는 나를 말리기도하고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게 왜 괴로운 것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나는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
하소연을 하면 그냥 징징대는 기만러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지 않았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고 나는 그저 상대의 하소연만을 경청해주고 위로해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12월부터 2월까지 다사다난하게 놀았다.
이 3개월 중에는 죽을때까지 잊지 못하고 좋은 양분으로 남을 소중한 추억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3월부터 독학재수학원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달려나가고있다.
현역을 재수생처럼 공부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삼수했을때 걷는 길을 내가 지금 걷고있는게 아닐까 싶다.
4개월동안 학고반수를 하며 느낀점을 생각나는대로만 적겠다.
1. 사람은 절대 고쳐쓰는게 아니다.
2. 내가 현역때 느낀 스트레스는 지금보다 심함을 인정하지만, 그게 누구보다도 힘들것이라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었다.
3. 현역은 우물 안 개구리다.
4.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스스로 끊어가면서까지 수험생활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앞으로 약 4.5개월 정도가 남았다.
6모를 생각보다 잘봤기에 현재 오만함, 나태함, 자만심에 빠져 공부의욕이 다소 상실한 상태이다.
이 상태가 매우 위독한 상황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다음주부터 성적통지표도 받고 다시 도약하기위해 쓰는 짧은 자서전이다.
11월 14일, 내 모든걸 쏟아붓고 그 후에 이 글을 필히 읽을 것이다.
현 시점 이후의 나 자신에게 스스로 무운을 빌겠다.
그리고 글을 읽는 시점의 나에겐 수고했다는 심심한 위로와 함께 다음과 같은 응원을 보낸다.
'It's the end of a chapter but not the book. Good luck on your next chapter.'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준 오르비언들에게 내가 최근에 감명깊게 관통당한 어구를 끝으로 마무리 짓겠다.
"That night, Don't forget the promise you made to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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