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중
무슨 일이 있어도 6시엔 기상하리라
4시간... 3시간 아니, 1시간을 잘 지라도
6시에 일어나 이젠 해와 화해하고
예전처럼 달을 하루를 끝마칠 때만 보는 친구로 두리라
라는 결심으로 새벽 한시쯤 독서실을 나온 나에게
애석하게도 뜬 눈으로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렇게 6시가 다가왔다
이건 거짓이오
6시가 될 때까지 눈을 감지도 않았으며
6시를 기억하려는 알람조차 맞추지 않았잖나
방탕인지 허무인지 한심함인지
무언가를 뒤집어 쓴 내가
시계를 봤을 땐 이미 7시
산책을 하고자하는 마음이 촉발된건 아니었으며
그냥 노래 하나 진득하게 듣고자
슬리퍼 하나 끌고 나오며 시작된 아침 산책
아- 햇빛 참 좋다
새벽 달의 짓궂은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피시방으로 도망쳤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딱 이 시간, 아침에 나오면
어두컴컴한 기운으로 가득쌓인 피시방과
대비대는 햇살이 너무나 눈부셔 눈을 뜨지도 못했는데
그건 부끄러움이었던가
생각을 멈추고
아직 집 앞, 1층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상황
어디로 아침 산책을 떠나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동네 산책로나 걷기로 한다
산책로로 가기 전 마주친
초등학교때까지 가족들이랑 같이 배드민턴 치던 작은 공터
왜 이끼가 있는거지
예전엔 풀들이 많았던거같은데
나무를 올려다보니
아주 우뚝 솟아올라있다
끽해야 10년 아니던가
10년만에 공터를 그림자로 가득 채울 만큼
나무들이 위로 곧게 쭉쭉 커있었다
나만 홀로 변함없이 정체돼
침전되고 점점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 무렵
걸음을 옮겨 공터를 빠져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보행기의 도움을 받아 산책하는 노인을
뒷짐을 진 상태로 어딘가 죄송스런 감정을 느끼며 추월한다
그리고 마주친 이름 모를 봄 꽃
꽃도 참 이쁘다
노랗고 하얀게
참으로 이쁘장하다
단순히 적당히 시원한게 좋아 가을을 좋아했는데
이런 꽃들과 푸르게 우거진 수풀의 녹음을 보면
되려 봄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다 도착한 산책로
우리 동네 산책로는 단순한 원형이다
달리 말하면
시작과 끝이 없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조금만 비꼬면
내가 포기할때까지 끝나지 않는
재작년이었나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단순히 마음정리만 하자며 이 산책로로 왔었다
근데 별안간 생각난 이 포기라는 무언가가 날 붙잡아
이 산책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뛰는것도 아니고 걷는건데도 힘드냐며
포기할거냐며
그렇게 몇시간을 이 산책로를 돌며 보냈던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근데 지금은
별 다른 생각이 안든다
산책로를 쭉 걷다
옆 주택 담장에 붉게 피어오른 장미가 보인다
참 이쁘다
그렇게 산책로의 1/4도 안되는 지점에서
샛길로 빠져버린다
하늘 참 맑다
오후부터 비 온다던데
그래서 더 맑은건가
작은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빼고 새소리와 사람 소리를 듣는다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를 사진 찍는 아저씨도 보고
상추인지 고추인지 무언가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도 보고
이상하게 생긴
바오밥 나무처럼 괴상하며 통통하게 생긴
저 소나무를 보며
아
이제 집 가야지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내적결핍은외적결핍에서온다
-
지방메디컬가면 해소될거같은데........... 그냥 손목 긋고 다시태어나야지
-
많긴함 오르비는 수험커뮤라 꽤나 멀쩡하긴한데 나는 그냥 뻘글벅벅쓰는걸 좋아할뿐인데도...
-
과자 ㅊㅊ받아요 8
예엡!
-
연평뭐임 0
죄송합니다..
-
일어나면 낮인데?
-
할 뻔~~~ㅋㅋㅋㅋㅋ
-
옵창이되버린것에대해
-
맘에들어서 디엠자주했는데 결국못사귐 아직맞팔인데 다시 연락하기 에바겠지?
-
저도 자러감요 12
안녕히주무세요 오르비
-
뉴비 은테 마려움 잡담태그 꾸준히 닮
-
랩퍼블릭이나 밀린거 다봐야지 커리큘럼 오티도좀 듣고
-
기벡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 이거 정상?
-
잠이 안오네 0
아직도 겜하고 유튜브 보는중 내가 미쳤나봐
-
그럼 그냥 현역가는게 나을수도 있을것같고...
-
하루하루 오르비 많이 안 해야지 다짐했는데 매번 실패하네
-
이제 사람없네 0
자야지 다들 빠빠요
-
라고 상상해봤음
-
이번달 시험인데 공부 하다말다 반복... 연말 마무리 잘해야하는데 뭐임뇨
-
나도 ㅇㅈ 8
건대에서 저를 보면 인사를 해주세요
-
ㅇㅇ
-
제 경험상 내적이나 외적으로 최소 하나 이상 결함이 있는경우가 많더라고.. 물론...
-
ㅇㅈ보다가내얼굴을보면비참해짐...
-
반가워요 9
-
경제 만표 100 기원 10
가즈아
-
ㅇㅈ 3
아와와와왕 이거는재탕아닌짤임뇨.
-
그래도 어쨌든 씻긴 씻는다
-
마지막 ㅇㅈ 23
펑 이제 담배피고 자야지 일어나면 도수분포표가
-
결국 오늘도
-
다들 안녕히주무십쇼
-
제발...
-
바이바이
-
남자인증좀 3
분노표출 하고싶음
-
고1때사진발굴함 5
짧머시절 졸라애긴데걍
-
이거 바꾸면 성불되는데ㅜ
-
잠이안오네요.. 귀여운 파랑이
-
수학이 3이 뜰거같긴한데 가능할련지
-
탐구 하나만 더 맞았으면
-
이정도로 아픈건 처음인데
-
지듣노 4
https://youtu.be/v4WsQsRgbls?si=HbCsHB2tbbNKLw_...
-
이시간대는 너무 오랜만이라..
-
ㅇㅈ? 7
심심해서…ㅋㅋㅋ
-
가끔씩결혼하면내조잘할자신있는 옵붕이들많음
-
ㅇㅈ메타돈건가 6
새벽인데알림수뭐야
-
명문커뮤 아입니까
-
진짜 여기저기 다퍼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깨닫곤 한다
-
이거진짜ㄹㅇ임 진짜못생기면연애꿈도못꾼다 이거반박하는ㄱㅁ러들은모두차단하겠습니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