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Code 선생님 보고 든 생각. 장문.
솔직히 전부터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강의도 하고 칼럼이나 자료도 올리고 하는데 그 앞에 가서 내 맘에 안 든다고 깽판 치면 내가 이상한 거고,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에 대한 혐오를 이유 없이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가만히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점이 별로였는지, 또 어떤 점은 괜찮았는지를 담백하게 밝히고 싶어서가 주된 이유다. 피코님에 대한 내 나름의 (몰)이해를 공유하고 싶어서… 어떤 행적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고, 그래서 나는 이런 느낌을 받았다 하는 식일 테니 나에 대한 글이기도 하겠다. 그걸 여기다 밝히고 공유해서 뭐 하냐? 뭐 할 건 없음…
솔직히 말해서 커뮤니티 떡밥이라서 무는 것이기도 하다. 평소부터 별로라고 생각하던 사람으로서, 내가 별로라고 했제?(안 했음) 하고 싶기도 하고.. 다만 오락성의 발로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오락으로만 여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사자가 에고서치를 하다가 이 글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정 부분은 당사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당사자에게 나야 뭐 아무도 아닌 타인이겠지만, 나는 이 사람을 1년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나마, 커뮤니티 게시글이라는 필터를 거쳐서나마, 동년배라는 나 혼자만의 동질감, 신기함, 때로는 부러움 등을 가지고 어느 정도 주의깊게 봐왔고.. 그냥 몇 마디 전하고 싶다.
수정: 이 글을 쓰던 중 ‘오르비를 떠나려 합니다.’ 게시물을 수정하신 것을 보았는데요, Physics Code님을 제1의 독자로 생각하고 쓰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원래는 잡담 태그로 모아보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 글을 피드로 받아 보는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예사말로 쓴 것인데, 동년배에게 말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쓰려고 합니다.
우선 조언 중 맘에 안 드는 게 많았다. 공부든 삶이든 그걸 보는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포인트가 몇 개 있었다.
일단 물리야 뭐 당연히 잘하겠지만, 수능 물리*에 대한 관점에는 약간 의문이 들었다. (알고리즘을 잘 숙지하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유일한 길이 보이고, 그 절차만 기계적으로 따라가면 아주 쉽게 답이 나온다, 뭐 이런 인상을 받았는데…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 대충 2~3등급 정도만 돼도 해설지의 풀이를 보고 납득은 할 수 있을 텐데, 그걸 스스로 떠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실력이고, 이건 기계적으로 알고리즘을 적용만 하면 되는 결정적(deterministic이라는 의미에서)인 과정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개고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적인 알고리즘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게 학습자의 눈에는 그리 쉽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이건 강의를 들어보지 않아서 그 방법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내가 수능 물리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지 못해서 하는 생각일 수 있고.. 아무튼 이건 이상하기까지 하지는 않고, 사소한 관점 차이라고 생각한다.
* 굳이 수능 물리라고 한 것은, 수능 물리는 내가 낫다 이런 게 전혀 아니고, 수능 물리도 당연히 나보다 훨씬 잘하겠지만… 수능 물리 문제가 정말 그렇게 생겨먹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는 말. 나는 한창 수능 공부 열심히 했을 때도 물리는 1등급만 겨우 받는 정도였다..
또 물리학, 특히 물2 선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말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24학년도도 아닌 23학년도 수능이 치러지기 전, 기억하기로는 10월 학평 표점을 근거로 다음 해 물2 선택을 권유하는 글을 쓴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아직 서울대 필수과목 해제가 표본수준 등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임에도 꽤 확신에 차 있다는 점에서 수능이나 정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1~2주 정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인생을 복리 내지는 투자(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의 관점으로 보면서, 금전적 자산이 부족하다면 학벌이 큰 자산이 되기에 젊은 나이에 명문대를 위해 N수를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정도의 글을 쓴 것도 보았다. 우선 나는 N수가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투자보다는 (주로 학벌 그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의 측면에서 기꺼이 N수라는 비용을 지불할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투자의 관점에서는 N수가 대체로 손해일 것 같다. N수가 명문대 합격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갈 수 있는 대학에 가서 나는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빨리 고민을 시작하는 게 많은 경우 낫지 않나 싶다… 또 나는 학벌이 모두에게 큰 자산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몇 년 전에 lacri님이 쓴 글(https://orbi.kr/00013479953)을 읽은 영향이다. 요약하자면, 라끌옹은 (수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산이 많을수록 명문대 학벌의 효용이 커진다는 입장인 것 같다. 이와는 별개의 논의로, 시간이 지날수록 학벌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N수를 통해 명문대에 입학하게 된다면 (학벌 자체보다는) 그 성취의 경험이 유의미한 자산이 되리라는 생각은 든다. 피코 선생님 본인이 강사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게 된 데도, 연세대라는 간판보다는 그 과정에서 생긴 자기효능감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이런 성취의 경험은 다른 길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수능은 실패했을 때 남는 게 많지 않은 시험이라는 점에서… 시험 자체가 전공 학업역량과 관련이 있는 편입 전형으로 연세대에 합격하신 선생님의 경험을 기반으로, 성격이 다른 시험인 수능 N수를 권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러고 보면, 피코 선생님은 (대입 수험 강의가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유독) 연세대를 비롯한 간판을 언급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것 같다. 연세대 출신, 메가스터디 출신 등 소속과 이력을 강조했는데 솔직히 별로였다. 그러면서 댓글 등에서 누군가 입시 경험 등을 물을 때면 은근히 답변을 흐려 편입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편입 자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원래 누구나 자기 소속을 강조함으로써 인정받으려고 하면 좀 그렇다. 예를 들면 그냥 정시나 수시로 신입학한 사람이 별 상관 없어 보이는 맥락에서 학벌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도 별로다. 그런데 수능 보고 연세대 입학한 것 같은 뉘앙스를 연출하기까지 하니까 더 마음에 안 들었던 거다. 학교 다녀 보면 정시든 수시든 편입이든 다 병신같은 사람도 있고 뛰어난 사람도 있고 한데… 괜히 수능으로 입학한 척하지 말고, 편입했지만 수학이나 물리는 편입으로 연세대 갈 만큼 잘했다고 밝히고, 수능 쳐서 물리 성적 인증하고, 하면 어땠을까 싶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난 자료나 칼럼 꾸준히 올리는 등의 성실성, 학생들이 표지 예쁘다고 하니까 디자이너 초빙하는 자리(정확히 뭐 한다는 거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를 마련해 보겠다고 하는 등의 추진력 같은 게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도 괜히 소속 티내는 것보다 그런 성실성과 추진력이 오르비에서 이름을 알리는 데 훨씬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물론 잠을 몇 시간밖에 안 잔다는 등 열심히 사는 티를 종종 과하게 낸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티를 좀 내야 사람들이 알아주니까… 난 좀 수동적이고 그런 걸 잘 못하는 편이라, 한편으로는 그런 적극성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포도처럼 애써 싫어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에고가 참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만큼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보니 그걸 메꾸기 위해 이런 얼탱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조바심을 버리지 못하면,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계속 강의를 했더라도 언제 한번 대차게 스텝이 꼬였을 것 같다.
나도 N수를 오래 하느라 출발선이 늦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몇 년 전까지 조바심이 있었는데, 꼭 일찍 큰 성공을 거둘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학원강사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곤란하겠지만 이제 강의도 그만둔다고 하니… 지은 죄에 대해 책임을 다하고, 커리어로나 금전적으로나 타격이 크겠지만 그래도 스물일곱이면 우린 아직 충분히 어린 나이니까 수능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려 재기하기를, 그 과정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매일을 지탱해줄 작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에 너무 무른 소리만 했나 싶어서, 잘못한 건 잘못한 거임. 조바심이 난다고 해서 모두가 남의 저작물을 도용하지는 않음. 그에 대한 책임은 지시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올해 사탐런 때문에 사탐해본게 대부분이라 사탐런으로 인해 더 빡세진 과탐 경험해 본...
-
성대 진학사 1
1지망 인과계 업뎃 전 4칸(불합) -> 업뎃 후 5칸 (추합) 2지망 교육 업뎃...
-
하루준다
-
25수능때 생윤사문했다가 생윤은 대충공부해도 1뜨길래 대충하다가 수능에서 3을...
-
수학.. 2
군대라 강의 들을 시간도 촉박해서 한완기 -> 수특수완 -> 바로 N제 돌입은 너무...
-
인터넷에서 봐왔던 비주얼이 현실에 거의 없구나 현타 쌔게옴
-
어렸을때부터 대치동에서 뺑뺑이돌린게 성적향상에 크게체감이됐음??
-
바로 넌 저능아다 소리들을거같은 분위기임..
-
모의지원 전년도 경쟁률 넘었는데 여기선 유의미한 변동없죠? 변표도 다 적용됨
-
몇명씩 앞에 표본 빠지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실제로 쓸 표본인데...
-
근데 물화및투과목4사1이라고 하면 맞는 말임 그리고 더프 탐구 과목별 국수영 총점...
-
하네다 공항 구경하기 15
호텔 앞에있는 닌교쵸역 도에이아사쿠사선이 케이큐 직통으로 하네다공항까지 이어줌...
-
사문1컷 기준 생지 백분위 84 물화 백분위 72 임
-
이건 너무 자랑하고싶었어요ㅎ 인바디 103점!!
-
설대식 몇점 정도 내려야 정상이라고 생각함?
-
흡
-
난 전자
-
대성 19패스 1
지금 사는게 제일 이득인가요?
-
시대인재 수학은 7월 후부터는 모든 선생님들 다 공통,미적합쳐서 수업하시나요? 만약...
-
넘 큰데 어케 생각하시나요 전 진학사가 짜게 잡는거 같은데
-
근데 그런말 하는 본인은 대체 무슨 사회 생활을 해봤는지 궁금해지긴해 편의점...
-
성대 칸수 2
업뎃 이후로 성대 칸수가 확 올랐는데 왜오른지 설명해주실분..
-
얼마나 있음뇨
-
고대 0
불변표 ㅈㅂ
-
누가 지꾸 책을 쓰레기통에 버림 어제는 한완기 겟 오늘은 솔텍 겟!
-
어그로 ㅈㅅ 중앙대 공공인재학부는. 고시 생각없으면 비추인가요?
-
예비 고3입니다. 고2 모고 국어3 수학3 영어(듣기는 다 맞춤) 탐구 노베인데...
-
가톨릭대 메디컬 변표입니다...
-
25로 들어가는데 더블링 안될 가능성 있나요...? 24를 압축학년 시켜서 올려보낸다던가..
-
제가 국어를 개못해서 1등급을 안정적으로 맞을 자신이 없음 이게 한다고 느는거...
-
서성한식 인재 6
서성한 높공 6-7칸이 뜨는데 고려대는 인문계열조차 4-3칸 3-7-1 같은 기괴한...
-
본인 고2 모고 32332 목표 인서울공대
-
집은 수원근교 님들같으면 어디감?
-
이감, 피램 2
이감은 문학 독서중에 더 나은게 뭔가요 피램이랑 반반씩사게요 기출 문제집 사는게...
-
동생이 나보다 내신더 조음. . .
-
문학 2
216 문학 vs 김상훈 문학론 차이 큰가요?
-
들어가면 바로 철학과 선택하는게 아니라 1학년때 인문대 학과 다 해야하는거예요??...
-
인생영화(2d)는 있는데 실사는 제일 좋아하는거 말하라하면 옛날에본 스타워즈는...
-
궁금
-
수학이 92~98 진동하는 사람은 이게 문제일수도? 5
내 이야기인데 보통 이 구간이면 시간을 충분하게 준다면 작수 22급을 포함해서 모든...
-
덩치 존나 커
-
보통 한해에 의대 '정시로만' 70명언저리 기타 메디컬/서연고까지 합하면...
-
국1 수2(미적 2틀) 영1 과탐 둘 다 낮2라 기하 돌리고 사문 경제 하려는데 인설의 ㄱㄴ??
-
영어)현역 수능 8등급>수능 1등급(20,21학년도) 성적 인증+공부법,질문 2
기본적으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어떤 과목이던, 심지어 암기 과목으로 여겨지는...
-
대성 19패스 0
지금 사는게 제일 이득인가요?시간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나요?
-
아... 원래 친구 없었지 ㅠㅠ
-
독서는 김동욱 들을 건데 문학은 강민철 김승리 둘 중 누구 들을지 고민돼서요...
-
학벌로 만족을 살 수 없는 이유랑 같다 누구는 중경외시만 가도 뛸듯이 기뻐하는데...
-
노리면 과탐이 맞는거자나 맞지? 사탐 다 맞아도 의미없으니까
으악 취소선 너무 길어
님아 근데 98 태그 어디서 찾음?
만들어서 달면 달립니다.
확실히 책을 많이 읽으신듯..
이사람 뱃지가 왤케 많어
몇수야
원서비 총 얼마 쓰셨을지 ㄷㄷㄷ
화반씨이런글쓰는거첨봄
ㄹㅇ
좋댓구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