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전공의 반발할 것”… 정부는 1시간 회의 뒤 2000명 발표
2024.05.14. 오전 6:03
지난 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 의료 정책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조규홍(왼쪽 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당시 불참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자리가 비어있다./뉴스1
의대 2000명 증원을 심의·의결한 올해 2월 6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이 13일 공개됐다. 당시 회의 참석자 23명 가운데 의사 3명을 포함한 4명은 정부의 2000명 증원안에 반대하며 의료 현장의 혼란 가능성 등에 우려를 표하는 발언을 했다. 정부는 “당시 회의 참석 23명 중 4명을 제외한 19명은 2000명 증원에 찬성한 것”이라고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다. 의료계의 A 위원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미래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상당 규모의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 수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위원도 “우리나라가 현재 의사 구하기가 어렵고, (의대 정원을) 일정 규모로 증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C 위원 역시 “의대 정원을 어느 정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작년 10월 보정심 산하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이 위원회 위원 13명 중 5명이 의사다. 당시 이 회의에서 의견을 밝힌 위원 10명 모두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견이 갈렸던 건 ‘증원 숫자’였다. 지난 2월 보정심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의사)은 “2000명 증원 발표에 대해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2025학년도에는 350명, 많아야 700명 정도를 지역 인재 전형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대규모로 늘리면 폐교된 서남의대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전공의, (의대) 학생은 물론 전체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의료계 위원도 “2000명은 솔직히 너무 많다”며 “추후 (상황에 따라)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2000명이란 수치는 이후 조정 여지를 굉장히 닫아놓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500명 이상 1000명 정도까지는 증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제가 생각했던 규모는 500명에서 1000명 사이, 거의 한 700명 정도가 맥시멈(최대)”이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정부 자료에는 작년 10월 보정심 산하 전문위 회의에서 의사를 포함한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적정 증원 숫자’를 밝힌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의견을 밝힌 위원 10명 중 6명은 “1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2명은 1000명 이하로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가능한 많은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사들을 포함해 ‘1000명 정도의 증원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선 회의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정부는 2월 6일 오후 2시부터 1시간가량 보정심 회의를 가진 뒤, 곧바로 당일 오후 3시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당시 보정심 회의에 참석한 일부 위원들조차 회의에서 “지금 여기(2000명 증원)에 대한 토론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회의 끝난 다음에 2000명이라고 발표하면 보정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한 전직 복지부 장관은 “당시 정부와 의사들만 참여하는 일대일 협의체를 만들어서 정부는 2000명, 의료계는 1000명을 출발선으로 증원 논의를 했다면 이 문제를 더 원만하게 풀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고수하다가 최근엔 각 대학 ‘의대 입학생 자율 모집’ 등을 허용하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거듭 대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 없인 대화도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일각에선 “증원 자체엔 찬성했던 의료계가 4·10 총선 직후부터 증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보건의료기본법에 명시된 보건복지부 산하의 주요 의료 정책 심의 기구. 정부는 사회적으로 의견이 엇갈리는 의사 증원 같은 정책을 결정하기 앞서 보정심에서 안건을 통과시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는다. 전체 위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정해민 기자 at_ham@chosun.com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소매넣기 하고 다니는게 또 개꿀잼임
-
가사 정확하진 않은데 널 보면 내 누우운 물이~ 약간 이런 노랜데 누우운 할때 약간...
-
최근에 안끈적거리는거 느끼고 be호감됨
-
아니진짜불루트스해드셋연결안한지몰라ㅛ다고진자어떤아자ㅛㅣ랑내리기직전까지사랑으뇨ㅗㄴㄷ의노예들으면서아오
-
노르에피네프린이 산경전달물질, 에피네프린은 호르몬 이거 맞음?
-
시간이 사라진다.
-
난 1일의 기적 보여준다 딱 대.
-
강민철 피드100 / 김상훈 그릿 / 전형태 나bs 중에 고민중인데 뭐가 좋을까요...
-
20캔 넘게 먹었더니 물리네요
-
이 로고도 이제는 볼 수 없구나...
-
첫 벌점 9
블라인드 낚시글로 20점
-
뭘 먹고싶지가 않네 아 ㅋㅋ
-
수특 영어듣기 2
마더텅 영어듣기 기출 다 풀었는데 모고 볼때마다 듣기 2개정도씩 틀리는데 수특 영듣 풀어야될까요?
-
ㅇㄴㄴㄱㅁ님 사랑해요 13
항상 좋아하는데 다가가기가 힘들어요
-
김승리 앱스키마 0
반수생인데 앱스키마 1 건너뛰고 2 3 이후 아수라로 해도 될까요?
-
윤하 콘서트 티켓옴 ㅎㅎ
-
4규 s1 수1 1
1단원보다 2단원 ㅈㄴ 틀리는데 정상임?? 3단원은 아직 안 품 지수로그는 40문제...
-
하...
-
안녕하세요 수학강사 이대은입니다. 오늘은 6모의 출제경향을 토대로 우리가...
-
민초먹었더니 13
팔로워가 줄어든다고...? 맛알못들
-
십분 휴식이에요 0
와 개빡세 미적
-
다음 교육과정부터는 비상 천재 같은 출판사가 아니라 시도교육청에서 나온 교과서를 사용할수도...
-
내년엔 서울대 학식을 먹을 수 있기를…
-
작수끝나고 공부하곤 한자도 안하고 봐도 화1 지1 둘다 48 48 나옴 (다른과목은...
-
나는 행복합니다 3
나....ㄴ...ㅎ ㅐㅇ..복..ㅎ..ㅔ...
-
‘얼차려 사망 훈련병’ 동기들 수료식 맞춰 시민 분향소 열린다 1
지난달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을 기리는 시민 추모...
-
근데 손가락 잘릴 순 없어서 걍 해야지뭐.. 친구한테 일주일 안에 드릴 1권 못...
-
맛잘알은 역시 3
민초먹음
-
.
-
흠 0
-
공식이왤케많음ㅁㅊ새끼인가
-
영어 2턱 받았었는데 , 안정적인 2등급 그이상을 받고싶은데 제가 문장 해석이 잘...
-
인강으로 정리중인데 몇회독정도 해야 적당할지 감이 안오네여..
-
아 비쁠은 나올려나 에이 받아야되는데
-
문이과 대통합을 드디어 이루신 대윤카
-
리아테님의 자료를 보고 저도 오랜만에 EBS 평가원화 자료를 만들어봤습니다! 올해...
-
반수마렵 0
-
니가 홍보하는 잡대는 흔적도 남지않을거라고 옆집 철수가 말하네요~
-
12일차
-
ㅈ댄네 진짜 1
다행히 에타도 어렵다고 난리구만 ㅎ..
-
특정 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 해당 시점 나이는 둘다 50초반으로 가정
-
수특 수1 레벨3문제인데 알파가23/30ㅠ 가 나와야하는데 계속 안나오네요 어디가...
-
태재대 1기 혁신기초학부 강의계획서 모음 (구글 드라이브, 클릭 시 이동)...
-
오늘 스톱워치로 0
측정하는데 은근 귀찮네
-
언제 처음 배우셨나요들?
-
메디컬은 1%도 간당한데 어캄
-
ㅈㄱㄴ
-
기출 1
자이 vs 수분감
치과 한의사 약사 심지어 간호사 협회장이 왜 들어가 있으며, 정작 중요한 의사들은 최소 그것도 퇴장 후 거수 찬반 투표. 그리고 환자 협회들은 뭐 안다고 의사증원에대해서 투표권을 부여 하냐. 나머지 정부 측 쓰레기들 뿐...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반대표를 던지겠냐....
병협이 최종보스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