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559697] · MS 2015 · 쪽지

2015-02-24 0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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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으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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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이는 몇 시간 전 동생에게 중1수학을 가르쳐줬음에 틀림없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득허니 정신이 혼미(昏迷)해지는 것 역시 틀림없다.

희망에 가득찬, 7년 차의 핏덩이에게

소인수분해라는 개념은, 마치 광할한 우주(宇宙) 앞에 선 인간이 느꼈을 그것과 매우 흡사(恰似)했을 것이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쥐어잡고, 끓어오르는 분노(憤怒)를 주체하지 못해 그의 어린 동생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그는 보았다 순진하게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그 순간, 이 어린 인간(人間)이 앞으로 겪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래, 너는 여지껏 몰랐다고 욕을 먹은 적이 없었겠지,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었지만, 

나이가 찰 수록, 열 아홉의 11월이 다가올수록

무지(無知)는 너의 가장 커다란 허물이 되고야 말겠지

불과 몇 년 안에, 

때맞춰 찾아온 사춘기와, 성적표를 향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마음 속의 높디높은 목표와, 하루 열 다섯 시간의 학교 생활에

너의 정신은 피폐해지고, 너의 육체는 망가지겠지

그리고 마침내 현실(現實)의 벽 앞에 맞닥뜨렸을 때 

지금까지의 피와 땀이 한 줌의 재로 변해버렸을 때

그 때 동생이 느낄, 뼈에 사무친 절망을 감지했을 때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 채 웃고 있는 동생을 보았을 때 

현경이는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두 눈에는 먹먹허니 눈물이 가득차는 것이었다

동생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오래가기를 바라는 헛된 희망(希望)을 품고

현경이는 오늘도 내일도 강의(講義)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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