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olic [424810] · MS 2012 · 쪽지

2014-03-03 00: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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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수생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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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반이 개강한지 벌써 2주일이 지났네요. 

전 별로 갈 마음도 없던 수교과 추합을 기다리다가 지난주에 왔으니 전 1주일이 지난 셈이네요. 

잠깐 제 얘기를 하자면 전 사수생입니다. 
사실 과학고에 입학해 공대를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의대교수의 꿈 그리고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존경하는 이태석신부님의 삶을 생각해보니 의대의 꿈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과학고에서도 조기졸업을 하지 못하고 삼학년까지 남았지만 
수능공부와는 전혀 맞지않는 과학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제 노력부족으로 결국 독학재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 수능공부한거 치고는 괜찮은 점수가 나와 화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피트나 보자는 막연한 생각과 대학생활의 낭만에 부풀어 제 꿈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대학을 다니다가 문득 회의감이 들었고 
1학기가 끝나자 전 기숙학원으로 삼반수를 하러들어갔습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주어진 시간이 4개월이라 최대한 열심히 했지만
수능장에서의 평정심 유지 실패로 의대진학에 실패했습니다. 

고2때 탐구과목 4과목 보던시절부터 수능을 봐 올해로 5번째 수능을 본 저는 왜 사수를 하는걸까요? 
친구들은 졸업반,예비역이다 동생은 의대 2학년인 저는 왜 사수를 하는걸까요? 
일주일동안 학사까지 걸어오는동안 포기하고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 저는 왜 사수를 하는걸까요? 
월트 디즈니가 말했던 사람들이 필요로 하면 굳이 네가 사람들을 찾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널 찾아오게 되어있다라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저는 왜 사수를 하는걸까요? 
수학선생님도 충분히 괜찮다는 주위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학교육과를 포기한 저는 왜 사수를 하는걸까요? 

그건 아마도 절대 변하지 않을 아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제 목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남들보다 수 년 늦었지만 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 일주일같이 앞으로의 수십 주를 이겨내려고 합니다. 
현역 재수 삼수 사수 장수생들 모두 힘내시고 일요일을 보내며 
행복하게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1주일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냅시다.


이문열 - 젊은날의 초상


시계의 초침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말아라. 

지금 그 한 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한번 흘러가버린 강물을 뒤따라 잡을 수 없듯이 사람은 아무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날 수는 없다.

더구나 너는 이제 더 이상 그 초침소리에 관대할 수 없으니. 

허여된 최대치는 이미 낭비되고 말았으니.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

일체의 잡념은 버릴 것이다. 상상력의 과도한 발동은 억제할 일이다. 

음과 색에 대한 지나친 민감을 경계할 것이다. 언어와 그것의 독특한 설득 형식에는 완강할 것이다. 

감정의 분별없는 희롱, 특히 그것의 왜곡이나 과장은 이제 마땅히 경멸할 일이다.

너는 말이다, 한번쯤 그 긴 혀를 뽑힐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그 실천은 엉망이다. 

오늘도 너는 열 여섯 시간분의 계획을 세워놓고 겨우 열 시간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 

쓰잘것 없는 호승심에 충동되어 여섯 시간을 낭비하였다.

이제 너를 위하여 주문을 건다. 

남은 날 중에서 단 하루라도 그 계획량을 채우지 않거든 너는 이 시험에서 떨어져라. 

하늘이 있다면 그 하늘이 도와 반드시 떨어져라.

그리하여 주정뱅이 떠돌이로 낯선 길바닥에서 죽든 일찌감치 독약을 마시든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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