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잃어버림 [1028727]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8-05 03: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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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능성은 무한(수험생 필독, 장문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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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자료좀 구하려고 오르비 들어왔다가 메인글 보고 당황해서 글좀 써보려고요...사실 이렇게 익명으로 글쓰는거 싫어하는데 조금은 말하고 싶어서... 늘 공부 안하고 몰려다니는 후배들한테도 항상 해주던 얘기들을 여기에 해주고 싶기도 하고..


저는 중학교때 모질라게 공부를 못하는 애였어요. 부모님도 항상 걱정하셨죠. 도대체 넌 뭘 먹고 살거냐고.

항상 저는 똑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조금 더 나이들면 열심히 살겠다고."


고1때까지는 똑같았습니다. 그냥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학교 끝나고 학원 다니고, 쉬는 날에는 애들이랑 피씨방 가서 게임하고. 그냥 늘 똑같은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로 단조롭던 하루 하루,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고, '나중에 그냥 사업 하나 차려서 먹고 살지~' 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로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겠군요...ㅠ)


그런데, 어느 순간 정말로 삶 자체가 너무 권태롭더라고요.. 그냥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폰 배경화면에서 하루하루 넘어가는 달력 숫자들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뭘 위해서 살아가는걸까.. 라는 생각들이 들고..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사실 권태로운 삶에 조금은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행동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참 막연하죠.

물론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시험 시간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었고, 학교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였습니다. 그치만, 그래도 이 악물고, 공부를 했습니다. 막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나도 열심히 하면 점수 오르고 나중에는 후배들한테 설명회 같은거 하겠지?ㅎㅎ 이러면서ㅋㅋㅋㅋㅋ 정말 웃긴 생각들입니다.


공부를 시작하니까, 정말로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문제집을 끝내니, 다른 문제집도 풀고 싶어졌고, 또 쉬운 문제들을 풀기 시작하니까 킬러 문제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풀었어요. 점점 습관도 잡혀오고, 목표가 뚜렷하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더 공부해서, 최고의 대학에 진학하자! 라는 생각들.


목표가 생기니, 정말로 의지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의지'라기보다는, '오기'라는 단어가 조금 더 적합하겠네요. 그떄는 저도 몰랐습니다. 제가 서울대 의대에 진학을 한다는 것을.. 그냥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맨날 공부하느라 새벽 3-4시까지 공부하고, 어머님이 걱정하실까봐,  새벽 1시에는 방 불을 끄고 문 닫고 스탠드 키고 공부했습니다. 여기서 많은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이 질문하곤 합니다. '그렇게 늦게까지 공부하는 이유가 있어? 그렇게 하면 현타오고 막 힘들지 않아?' 라고 말이죠. 그럴때마다 저는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해줬습니다.




예전에 공부 안하고 놀던 내 업보라고. 가고 싶은 대학의 위치는 너무나도 높은데 나한테 있는 지식은 너무 부족했다고. 남들 공부할 시간에 공부하고, 또 남들 잘 시간에도 공부해야지 어느 정도 선이 맞춰지지 않겠냐고 말이죠.



그렇게 저는 진짜 죽어라고 공부했습니다. 거의 2년 가까이 매일매일 4시간 정도 자면서, 그냥 죽어라 문제풀고 수업듣고 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 중에서 제일 열심히 살아왔던 시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빡세게 했네요ㅎㅎ

뭐 서론이 조금은 길게 됐네요.. 과외 준비도 얼른 하고 내일 또 좋은 자료로 학생들 가르쳐 주러 가야되는데ㅠㅠ
일단은!! 남은 수험기간동안 최대한 집중하셔서 자신이 만족할만한 대학교 가시길 기도합니다! 수시든, 정시든, 그리고 논술이든, 그냥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 합격하시면 좋겠어요ㅎㅎ



그리고!!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누가 뭐라고 하던 그냥 자신이 걸어갈 길만 열심히 걸어가시면 됩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열심히 공부하셔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시고, 조금 더 도전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더 높은 꿈을 향해서 달려가시면 됩니다. 저도 그랬잖아요? 중학교 졸업을 상위 50프로로 한 제가 누가 서울대 의대를 갈 줄 알았겠습니까..(제가 생각해봐도 제 중학교 성적이 정말 웃기네요..ㅠㅠ)

그냥 가고 싶은 대학 정해놓고, 책상 앞에 크게 붙여놓고 힘들때마다 보시면서, 열심히 공부하시면 좋겠네요ㅎㅎ 너무 익명 커뮤니티에서 누가 페미니, 수시VS정시, 000강사 뭐시기뭐시기 이러면서 싸우지 마시고! 수능때까지만 열심히 집중해주시고, 사회적인 관심은 그 후에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험생 여러분들 한명한명 모두 좋은 결과 얻으시길 다시 한번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또, 항상 오르비에 좋은 자료 올려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좋은 칼럼들 작생해주시는 대학생 학우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ㅎㅎ

그리고 공부 방법들이나 방향성 같은 것들 물어보시면..!! 자주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올때마다 답변 해드리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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