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부탁, 첫 칼럼) '인과성'으로 풀어내는 국어
첫 칼럼입니다 ㅎㅎㅎ 국어 학습에 관해 19수능 이후로 접어들며 강사분들도 학생분들도 공감하는 트렌드와 21수능이 이렇게 컷이 내려가고 체감난이도는 올라간 이유에 관해 알아보고, 앞으로의 학습 전략을 천천히 제시해보려고 합니다. 원래 과외 수업 사이에 낀 칼럼인데 오르비에 공유합니다. 2022수능을 준비하는데에 잠시 가볍게 읽어보고 한번 쯤 시도해보면 좋은 방법입니다. 칼럼에선 인과성에 관하여 비문학과 화작(아니면 매체...?)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으나 넓은 범위에서 찾아보면 문학이나 문법 또한 인과성에 의거해 보면 조금 더 빠르게 답을 찾아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한 내용 일치로 알아내기 힘들었던 부분을 평가원이 선지를 꼬면서 인과성에 의해야만 답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점차 늘어납니다. 지금까지 꼭 인과성이란 원칙에 의하지 않아도 잘 풀어오신 분들도 많겠지만 의식하고 풀이한다면 더욱 정확하고 빠른 풀이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간단한 작성자의 국어 학습 이력은,
2020년 시행 교육청, 평가원 모의고사 백분위 모두 100(상위 1%이내)
2020년 시행 7월 교육청 모의고사 원점수 100점(전국 89명)
2020년 시행 4월, 6월, 7월 모의고사 원점수 100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3점(백분위 99)으로 조금은 부족할 수도 있지만 첫 칼럼이니 만큼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반응 좋으면 다음 칼럼도 올릴게요~!
인과성을 판단하는 힘
점차 평가원 기출에서 내용일치 문제를 까다롭게 출제하고 있다. 이전에는 읽고 맞춰보기만 하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었으나 19수능을 변곡점으로 평가원은 지문의 난이도를 낮추는 대신 묻는 내용을 고차원으로 출제하며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 이때 내용 일치에 혼란을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과성에 관한 문제이다. 가령 ~~~해서 ~~~하다 라는 형태의 발문이 나오면 단순한 어휘 일치를 보는 것이 아닌 논리 구조까지 따져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구조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개연성과 인과성이다. 개연성은 쉽게 말하면 ‘말이 되는 것’으로 우리가 보통의 상식 선에서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개연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개연성이 없는 선지는 매우 쉽게 지워낼 수 있고 옳다/그르다 형태의 선지로 제시되는 과거 평가원의 기출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인과성의 경우는 앞선 사건이 뒤이어 영향을 주어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를 보는 것이 애매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가원은 전혀 논란의 여지를 두지 않고 인과성이 맞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를 지문이나 선지, 보기 등에 배치하고, ‘문맥에 맞는’과 같은 표현으로 장치를 해둔다.
2021학년도 대수능 16~21
(나)
18세기 후반의 중국은 명대 이래의 경제 발전이 정점에 달해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향촌의 정기 시장부터 인구 100만의 대도시의 시장에 이르는 여러 단계의 시장들이 그물처럼 연결되어 국내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장거리 교역의 상품이 사치품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적 물건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상인 조직의 발전과 신용 기관의 확대는 교역의 질과 양이 급변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대외 무역의 발전과 은의 유입은 중국의 경제적 번영에 영향을 미친 외부적 요인이었다. 은의 유입, 그리고 이를 통해 가능해진 은을 매개로 한 과세는 상품 경제의 발전을 ⓓ자극하였다. 은과 상품의 세계적 순환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그러나 청의 번영은 지속되지 않았고, 19세기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심각한 내외의 위기에 직면해 급속한 하락의 시대를 겪게 된다. 북학파들이 연행을 했던 18세기 후반에도 이미 위기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여러 문제는 새로운 작물 재배, 개간, 이주, 농경 집약화 등 민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았다. 인구 증가로 이주 및 도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사회적 유대가 약화되거나 단절된 사람들이 상호 부조 관계를 맺는 결사 조직이 ⓔ성행하였다. 이런 결사조직은 불법적인 활동으로 연결되곤 했고 위기 상황에서는 반란의 조직적 기반이 되었다. 인맥에 기초한 관료 사회의 부정부패가 심화된 것 역시 인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았다. 교육받은 지식인들이 늘어났지만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관료 조직의 규모는 정체되어 있었고, 경쟁의 심화가 종종 불법적인 행위로 연결되었다. 이와 같이 18세기 후반 청의 화려한 번영의 그늘에는 ㉠심각한 위기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었다.
통치자들도 번영 속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조정에는 외국과의 접촉으로부터 백성들을 차단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며, 서양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확대로 인해 이런 경향이 강화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18세기 후반에 청 조정은 서양에 대한 무역 개방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위기가 본격화되지는 않았고,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사회 변화의 부정적 측면을 염려하거나 개혁 방안을 모색하였다.
예시로 2021학년도 대수능 19번 문항 또한 큰 틀에서 인과성의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19번 문항을 현장에서 빠르게 판단한다면 1번, 2번 선지는 밑줄 친 ㄱ 부분과의 ‘개연성’이 맞지 않으므로 쉽게 지워낼 수 있다. 다만 3번~5번의 선지는 인과관계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서술하고 있고 그 원인을 다르게 짚고 있는 것이다. 이때 ‘문맥에 맞게’라는 발문에 따라 주변 문맥을 보고 인괴성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 선지씩 틀린 이유를 지워나가보자.
③ 반란의 위험성 증가 등 인구 증가로 인한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군.
인구 증가라는 원인과 기술된 문제점은 인과가 맞으며 반란의 위험성 증가라는 문제점도 옳다,
④ 이주나 농경 집약화 등 조정에서 추진한 정책들이 실패한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군.
개연성의 문제가 있다. 이주나 농경 집약화는 민간의 노력이다. 실패라는 결과와 전혀 무관하다.
⑤ 사회적 유대의 약화로 인하여 관료 사회의 부정부패가 심화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군.
인과가 전혀 맞지 않으며 결과의 개연성도 모호하다. 사회적 유대가 약화된 건 사실이나 이로 인해 관료들이 부정부패되었다는 것은 확인할 수도 없으며 인과성은 당연히 확인할 수 없다.
이렇듯, 선지 판단에서 인과성의 활용은 개연성에 대한 판단이 유연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아직은 국어 출제 유형이 과도기에 있는 만큼 많은 선지들이 개연성으로 해결이 되지만 인과성을 활용해야만 풀리는 선지가 간혹 나오면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당황하게 되고, 자연스레 멘탈이 흔들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엔 2021 대수능 2번 문항을 풀어보자.
2021힉년도 대수능 1~3
안녕하세요? 이번 탐구 과제는 ‘우리 문화재 깊이 보기’인데요, 저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 대해 발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고구려 고분 벽화를 본 적이 있나요? (청중의 대답을 듣고)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우리나라 고분 벽화의 대다수는 고구려 돌방무덤에 있습니다. 돌방무덤은 돌을 쌓아 방처럼 만든 무덤으로 3세기부터 만들어졌는데요, 바로 이 시기에 고분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제시) 여기가 돌방무덤의 내부입니다. 고분 벽화는 이곳의 천장과 벽에 그려져 있어요.
그럼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무엇을 그렸을까요? (청중의 반응을 살피고) 네, 다양한 답변이 있네요. 3세기 중반부터 5세기 초에는 밥 먹는 모습, 사냥하는 모습 등 무덤 주인의 일상생활을 주로 그렸습니다. (㉡자료 제시) 이것은 주인과 종의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주인을 종에 비해 크게 그린 건데요, 이렇게 주가 되는 것을 크게, 나머지는 작게 그리는 방법을 ‘주대종소법’이라고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고분 벽화에서는 이 방법을 활용하여, 무덤 주인의 권위를 강조하고 그의 풍요로운 삶이 사후 세계에서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5세기 중반부터 6세기 초의 고분 벽화에는 연꽃무늬가 주로 등장합니다. 이때는 불교가 확산되는 시기로, 무덤 주인이 이상 세계에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연꽃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6세기 중반부터 7세기 전반의 일부 고분에는 연꽃 위에 도교 사상과 관련된 신선을 그렸는데요, (㉢자료 제시) 이것은 불교와 도교 사상이 공존하던 당시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시기 대다수의 고분 벽화에는 도교의 영향으로 청룡, 백호 등과 같은 사신(四神)을 주로 그렸습니다. 사신이 무덤 주인을 수호해 준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인식과 사회상을 담아낸 고분 벽화의 전통은 조선 전기까지 이어졌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는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2. 다음은 발표자가 제시한 자료이다. 발표자의 자료 활용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그림이 입력 안돼서... 자료 1은 고분 벽화 내부 전경, 자료 2는 주인과 종이 그려진 모습, 자료 3은 연꽃위의 신선 모습입니다.
① 고구려 돌방무덤 내부에 벽화가 그려져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1]을 활용하였다.
② 무덤 주인의 권위를 고분 벽화에 담아내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2]를 활용하였다.
③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이 고분 벽화에 반영되어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2]를 활용하였다.
④ 무덤 주인을 지켜 준다고 여긴 대상을 고분 벽화에 담아내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3]을 활용하였다.
⑤ 종교 사상이 고분 벽화에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3]을 활용하였다.
이 문제는 현장 응시한 수험생들이 ‘답이 없다..?’라는 충격을 준 2번 문제였다. 물론 출제자분들도 그걸 의도하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금만 더 꼼꼼히 참조점을 보고 논리적으로 따졌다면 금방 해결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지만 참조점을 아예 보지 못했거나 논리적으로 따지지 못했다면 찍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가 된 4번 선지를 보자.
④ 무덤 주인을 지켜 준다고 여긴 대상을 고분 벽화에 담아내었음을 보여 주기 위해 ㉢에 [자료 3]을 활용하였다.
당연히 나머지 선지는 논리적으로나 개연성으로나 깔끔하게 문제 없다. 4번의 경우 지켜준다고 하는 대상과 자료 3을 매칭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었다. 만약 3문단을 차근차근 나열하며 읽지 않고 ‘조각조각’ 읽어냈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무덤 주인을 지켜준다고 여긴 대상은 ‘사신’이고 같은 고분에 단순히 도교 사상을 드러내기 위함은 자료3의 연꽃 위 신선인 것이다. 이 또한 인과적으로 생각해보면 도교를 반영한다 > 연꽃, 신선 등을 그려내었다 (도교의 영향으로) 사신을 그렸다 < 무덤 주인을 지켜준다로 도식해볼 수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인과의 제시 순서가 뒤집히긴 했으나 구조화하여 생각해보면 충분히 둘의 차이를 구분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화법과 작문이지만 매체와 연관지어 이러한 문항이 출제되었으며 독서 내용일치 문항에서도 꾸준히 출제 될것임을 볼 때 앞으로도 화법과 작문/언어와 매체 선택자에 무관하게 인과성을 판단하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고난도 문항은 이러한 접근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인과성에 의한 판단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수반되며 평가원이 원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텍스트를 읽는 힘에 관해서도 후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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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20년도 실시 12월 대수능이라고 쓰다보니 그랬네요! 수정하겠습니다
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