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죽으면 어떤 자산이 제일 먼저 폭락할까
부의 대수(The Wealth Algebra) 2편: 부자가 되려면 잘 해야 하는 계산
(2) 김정은이 죽으면 어떤 자산이 제일 먼저 폭락할까
시장을 급변동 하게 만드는 뉴스(breaking news)가 알려질 경우,
가령 전쟁이 시작되거나 그에 준하는 위협이 발생했다거나
(예를 들어 북한이 남한의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거나),
단 1회 접종으로 99% 이상의 확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면역을 획득할 수 있는
백신이 임상시험에 통과했다는 것 같은 소식이 장중에 알려질 경우,
어떤 시장이 가장 먼저 예민하게 반응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떠올릴 것이고,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율(외환시장)을 떠올릴 것입니다.
둘다 맞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주식시장도, 외환시장도 아닙니다.
2020년 4월 21일,
새벽에 원유(NYMEX WTI Light Sweet Crude Oil)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0를 뚫고 내려가 $-40.32라는 비상식적인 값까지 폭락을 한 사건을
트레이더들이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던 와중에,
김정은이 위독하다는 뉴스가 오전 10시 42분 13초에 속보로 보도됩니다.
이 뉴스는 한반도 리스크를 급증시킴으로써
한국과 관련된 모든 자산(한국 국채, 한국 원화, 한국 주식)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뉴스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위 속보 전후 주식(맨위), 외환(가운데), 채권(맨아래)의 가격을 1분봉으로 그린 것입니다.
(주식은 KOSPI200 선물 6월물(101Q6), 외환은 달러선물 5월물(175Q5), 채권은 국채 3년물 6월물(165Q6))
맨 아래 국채 3년물이 10시 43분부터 폭락하기 시작해
(국채의 가치가 떨어지면, 국채수익률은 오르고 (=신용도가 낮아질 때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 국채선물의 가격은 내립니다. 그래프에서는 밑으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미 10시 43분에 절반 가량의 물량이 거래되었고,
1분이 더 지난 10시 44분에는 투매로 극단적인 저점을 찍고 대부분의 물량이 소화됩니다.
속보 2분 후에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반응한 것은 가운데에 있는 달러선물입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의 원화대비 가치는 오릅니다. 그래프에서는 위로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져 달러의 가격이 오릅니다.
국채는 이미 절반 이상의 물량이 거래된 10시 43분에서야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하고
10시 44분부터 46분에 뉴스에 따른 물량이 절반 가량 거래되고,
가격을 찾는데 10시 50분 정도가 되어야 뉴스를 소화하고 의미있는 환율에 도달합니다.
속보로부터 8분이 경과한 시점이죠.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선물 가격도 떨어집니다. 그래프에서는 밑으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채권시장에서는 모든 상황이 종료된 10시 44분 경에서야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뉴스가 모두 소화되는 것은 속보로부터 27분이 지난 11시 9분 경입니다.
채권시장 사람들은 아주 쪼잔해서 +
기존의 퍼센트포인트(%p) 단위로는 ("zero"를 너무 많이 말해야 하기 때문에 입이 아파서) 의사소통이 불편하기에
bp(basis points, 베이시스 포인트)라는 단위를 만들어냈습니다.
1bp는 0.01%p이고,
bp 자체도 정수보다는 소수점 단위로 흔히 쓰입니다.
가령 위 사진의 6.7bps는 0.067%p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가장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채권시장(국채선물)입니다.
선물 시장에서 가격의 변화 단위를 “틱”이라고 합니다.
1틱 단위로 선물 계약의 가격이 변화하는데,
시장의 소식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하는 국채 3년물의 1틱을
채권의 수익률로 환산하면 대략 0.002%p 정도 됩니다.
(실전에서는 0.002%p보다는 0.2bp라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즉 0.002%p의 수익률 차이를 두고
그만큼이라도 더 받고 덜 받겠다고 초 단위로 치열하게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1억원을 기준으로 0.002%는 2천원에 불과하지만,
1조원을 기준으로 0.002%는 2천만원이 됩니다.
0.1초라도 빨리 매도 버튼을 눌러서
조금이라도 높은 값이 물건을 떠넘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채권, 외환, 주식이라는 버튼이 있을 때
일단 0.002%p 단위로 거래되는 채권이라는 버튼을
제일 먼저 누른다는 것입니다.
즉 자본이 클수록 제일 먼저 챙기게 되는 것은 (x) 연산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부자들이 (+)가 아니라 (x)에 집착하는 것은 알만큼 알게 되었습니다.
10억, 100억까지는 부동산 잘 굴리고, 주식 투자 잘 해서 어떻게 만든다고 합시다.
그럼 100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생겨나는 것일까요?
다음편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에 계속: (3) 사업은 깔대기, 주식시장은 타임머신이다
처음에 "부의 대수"를 쓰다가 내용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눴는데,
그 중 두번째 편도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6개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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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부 3부작 The Wealth Trilogy 2020
- 부의 대수 The Wealth Algebra 1: 부자가 되려면 속지 말아야 하는 계산
- 부의 대수 The Wealth Algebra 2: 부자가 되려면 잘 해야 하는 계산
(1) 부자는 연봉이 얼마냐고 묻지 않는다
(2) 김정은이 죽으면 어떤 자산이 제일 먼저 폭락할까
(3) 사업은 깔대기, 주식시장은 타임머신이다
(4)
(5)
(6)
- 부의 국경 The Border of Wealth: 권력은 왜 비트코인을 혐오할까
- 현금의 추락 The Cash Crash: 부동산 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고 있을까
이 글에서 이따금 괄호 안에 굳이 영어를 제가 적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어떤 추상명사를 한글로 표현했을 때 그 한글 단어의 의미, 함의, 외연이 영단어의 그것들과 서로 다를 수 있을 때, 혹은 영단어 형태로 더 널리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될 때 그렇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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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표
수정할 내용이 생기면 여기에 댓글로 달겠습니다.
선추후독
참을 수가 없다...
아 댓글 1등하고싶었는데
김정은이 사망했을 경우에 대한민국 환율/주식시장이 오히려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은 불가능한건가요?
통일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가정 하에 외국인들이 투자하지는 않을까요?
짐 로저스형은 투자하실듯
95점은 어떻게 받는겁니까 휴먼....
급격한 변화에 대부분은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 같은데
코로나19 환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급증하고 락다운 조치가 시작된 이후 며칠 동안 전 세계 주식시장은 30% 이상 폭락했죠. 그렇지만 지금 미국 나스닥은 코로나19 이전 수치를 회복하다 못해 하루가 멀다하고 all time high를 찍고 있고, 유럽, 홍콩 정도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주식시장은 저점대비 50~60% 이상 올라 코로나19 이전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주가지수가 더 높죠.
요컨대 중장기적인 시장의 반응과 초단기/단기적인 시장의 반응은 전혀 다를 수 있고 그런 불일치는 흔하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사망 뉴스가 발표되면 두번, 세번 꼬아서 생각할 것 없이 뉴스가 발표된 직후에는 누가 먼저 매도 버튼을 빨리 누르냐의 싸움입니다. 한국의 주식, 통화, 채권의 가치는 무조건 급락합니다. 심지어는 먼저 팔 수만 있다면, 있지도 않은 주식, 통화, 채권을 공매도(short) 해야 옳습니다. 그게 이익이 되니까요.
언젠가 주식, 채권, 통화가 가격을 회복하거나 뉴스 전보다 더 오르더라도, 일단은 팔고 나서 가격이 떨어진 후 곰곰 생각을 해보다가 사도 사는 겁니다.
투자를 할 생각이 있더라도 당분간 가격이 떨어질 것이 뻔한 자산을 당장 비싸게 살 이유가 없죠.
너무 재밌습니다 렬루
그러면 북한이 자본력이 충분하다면 김정은 사망 통해 많은 이익을 취할 수도 있는건가요? 사망하고 공매도후 발표하면 될것 같은데(어짜피 북한 특성상 원할때 발표 할 수 있으니까)
자본시장은 아주 철저한 AML/KYC(돈세탁방지/신원확인법) 후에 계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자본이 합법적으로 한국 주식/채권/외환시장에 공매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간에 파생상품으로 갑자기 큰 베팅을 해서 큰 돈을 벌면 각 국가의 금감원(금융 검찰)이 계좌 얼린 후 조사를 합니다.
가령 지난 4월 Oil이 $-40로 폭락했을 때 큰 돈을 번 영국 헤지펀드를 관계당국이 조사한다는 기사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8-04/oil-s-plunge-below-zero-was-500-million-jackpot-for-a-few-london-traders
이론적으로 남파간첩은 계좌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간첩이 굳이 그렇게 조사를 자처할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
다음펀이 진짜배기네
천 억원 이상의 부자가 생기는 방법
설마 기본 조건이 10억은 아니겠지
잘 읽었습니다
김정은이 사망하면 한국 방위관련이나 무기판매회사들의 주가가 급하게 오르지않을까욤..? 김정은이 사망하면 후계자가 명확히 없기때문에 내부 쿠데타 확률도 높고 전쟁으로 이어질 확률도 있으니 방위 관련 주가 상승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오늘도 한 수 두 수 세 수 배우고 갑니다
너무... 멋있어요
???:3줄요약 부탁드려요
경제를 잘 아는 것과 경제학을 잘 아는 것은 다르지만, 이 분은 의사임에도 준비 잘 하면 미 경박 탑텐 충분히 뚫을 수 있을 것 같다ㄷㄷ. 연의 출신 컬럼비아 경박 가신 분도 있다는 것을 보면 흠흠.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낮은 기관에서는 채권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인가요?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통해 채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락하면 주식을 판다던지...
잘 읽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가 됩니다.
글 너무 감사합니다!
성지순례
ㄷㄷ
재밌게 읽었습니다! 주식, 환율, 채권 중에서 채권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요인을 보면 bp(베이시스 포인트)라는 것도 알게 되고 참 좋네요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뉴스 자체는 엇비슷하게 들어갈텐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작은 퍼센트포인트에도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권의 경우 더 빠르게 소식에 반응한다는 거군요. 어쩌면 그래서 프로그램 자체가 채권 시장에 연동해놔서 거래율이 저런 식으로 반응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 채권 가치가 떨어져 수익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현되면 주식을 판다든가 아니면 달러로 보유하던 걸 유지하고 원화를 판다든지 하는 방식으로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