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eIvet [899118]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1-29 19: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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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합격+2019재수 회고록+심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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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합격증 그리고 배지가 나오겠네요.

 

뭐 서울대나 의대도 아니고 조용히 묻힐 글임을 알지만

1년간 오르비에서 재미도 봤고 여러 도움도 받았기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수험생으로서 오르비에 들어오는 제 자신과 작별을 고하고자 이렇게 소소히 글을 남깁니다.


우선 작년을 되돌아보며 합격증을 받은 제 자신에게 가장 큰 축하를. 목표를 이루신 오르비언 횐님들에게 그 다음으로 축하를 건넵니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분께는 위로가 아닌 응원을 드립니다.


물론 제가 처음에 목표한 대학은 아니고 저와 부모님 모두 모평 성적과 비교할때 만족할 만한 대학은 분명 아닐 수 있겠지만, 19년의 인생동안 합격증이라는 걸 처음 받아보기에.

오히려 슬픔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기쁨만 가져보려 합니다.

 

우선 

오래 전 이야기 입니다.

중학교 입학 직전, 저는 고향인 전주를 떠나 무작정 이 곳 수도권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구 문제야 어디서든 문제 없었지만 

가정에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았기에. 이 곳에서의 7년을 불시착한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7년간 가장 힘들었던 근 2년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고3당시 치르게 된 수능에서 14232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사실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내신을 잡아 2학년이 되서야 전교 5등 이내에 들게 되었고 사실 그 탓에 제가 공부를 잘한다는 자만감에 빠져있었는지 고3되서는 친구들이 즐비한 독서실에 가서 놀고오기만 했습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밖에 없었죠.

 

자만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한 동안 저를 지겹도록 괴롭혔습니다.

마음을 되잡는데만 3개월 이상이 걸렸죠.


그리고 마음을 다 잡은듯한 예비 재수생은 2019년 고등학교 졸업식 

도중 뛰쳐나와 재수학원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탑니다.

운 좋게 가장 높은 반에서 공부하게 되었지만

더 이상 자만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물론 많은 재수생이 저만큼 혹은 저보다 열심히 노력했겠지만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할정도로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아침 인강을 보며 차에 타서 10시에 학원이 끝나고 11시쯤 독서실에 가서 1시간 더 공부를 하고 오는 매일이 반복 되었습니다. 일요일을 빼고는 하루에 4시간 가량 자는 일상을 9개월간 지속했습니다.

아픈 날이 하루라도 있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야속하게 9개월간 아픈 날이 단 하루도 없었죠.

그리 좋아하던 친구와 사람들과 모든 대화를 거의 끊은 채 홀로 9개월간 폐인 마냥 살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대학에 합격해 낮과 같이 밝은 조명아래 광란의 밤을 보낼때 

낮과 밤이 구분되지도 않을 밀폐공간과 LED조명에서 소위 말해 썩어간 보상을 모의평가 점수로 받는 경험도 누렸었죠.

꿈만 꾸던 고려대가 눈 앞이라는 짜릿함에 더욱 신나 공부를 했습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기보다 사람을 공부하게 한다는 점은 제가 드릴 수 있는 리빙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어느덧 수능 하루 전, 대충 짐을 싸서 학원에서 나오는 복도에서 갑자기 울어댔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눈물의 이유는 두려움이 가장 컸을 듯 하네요. 

이제 내일이면 나를 지켜주던 학원이라는 안전한 동산에서 쫒겨나 성적표에 있는 겨우 그 한 단위의 숫자만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아직 너무 두려웠나 봅니다.

문을 나서면 저를 데리러 온 아버지의 차가 있는데

차마 그 문을 나가기 싫고 무서워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간 말 한마디 안해본 같은 반 여자 학우(?)가"수능 잘 봐"라는 응원 한 마디를 울고있는 저에게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한참을 그앞에서 더 서성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위의 수많은 이야기를 각설하고 , 올해 역시 원하던, 혹은 모평에서 받던 성적을 받는데 실패했습니다.

13111이란 아쉬운 숫자로 현실에 평가받게 되었죠.

삼수 반수 해볼까 했지만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서 그만뒀습니다.


뭐 지난 시간의 노력이 어찌 되었든 그 숫자로 평가받아 이룬 첫 성과가 저에겐 잊지 못할 일이 된듯합니다.

학원을 다니고 왜인지 죄를 짓는듯 했고 큰 재수비용에 스트레스 받으시던 어머니가 성적장학금으로 학원을 돈 안내고 다니게 됐을때 고맙다말씀하신 그 표정도 잊지 못할것 같네요.

재수해봐야 인생을 좀 안다고 하신 심찬우 선생님의 말씀도 뼈저리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새로운 길을 오래 전 고향 그곳에서 찾으려 합니다.

사실 이 곳에서의 생활에 극심한 염증을 느낀 것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겠네요.


정확히 고등학교 진학 전 겨울이었습니다.

신축 아파트들이 이곳저곳 박혀있는 길을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한 개울에서 한참을 서있었습니다.


저는 제 삶을 아파트 단지들 옆의 흐르는 개울같다고 여겼습니다.

큰 강이나 호수에서 억지로 길을 내어 외관상 좋아보이게 억지로 흐르도록 한 아파트 개울이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 원하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온 제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왔죠.

물론 이제는 큰 강같은 사람이 되려구요.


아마..여기까지 정독하신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하네요.

이 정도에서 독백을 마치고 줄이려 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흔들릴 때 오르비 와서 제가 쓴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 잡는 용도로 쓸까 합니다.

문과감성의 노예여서 항마력은 충분하니 제 걱정은 마세요.


여러분 앞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배지 다시구요.

요즘 같은 때에 건강 챙기시구요.


그리고. 땡스투

찬우 유대종 김대우 정승제 현우진 김정오 이상인 최적 이다지 조하진 선생님 그리고 레드벨벳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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