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충 장문 뻘글) 왜 노약자와 아이를 살려 보낼까?
올뺌
아까 “왜 긴급상황에서 청, 장년이 노약자와 아동을 대신해 희생해야 할까?”라는 글을 봤어용. 정확히 말하면 “청, 장년은 왜 노약자와 아동을 먼저 보낼까(그걸 수긍할까)?”
사실 뭐 죽을 지경이 되면 위아래가 있겠습니까마는, 어린이와 노약자 먼저인 게 상식이긴 합니다.
우선 영화의 상황에서, 구조대원의 임무는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내는 것이겠죠.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아동을 우선 구조하되, 청년을 버리고 간다는 건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말이 안 될 겁니다. 이건 영화 해운대 자체가 플롯이 엉망이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편, 긴급구조 상황에서 청년이 아동과 노약자를 먼저 보내는 건 왜일까? 저는 (규범의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양보의 차원이라고 생각해용.
공익적인 관점으로 보면 건강한 청년과 청소년을 우선 살려서 사회를 부양하는 데 이익을 보아야 하겠죠(이열~ J. S. Mill이 들으면 화낼 말~). 이래서는 인륜적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지혜와 경험을 지닌 노인의 삶이 청년의 건강보다 몰가치한가? 장차 위인이 될 수도 있는 아기의 생명이 청년의 건강보다 몰가치한가? 애초에, 생명에 경중이 있는가? 사회적 편익만으로는 청년을 구조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선착순으로 구조한다면? 모든 청년이 자기 목숨만을 위해서 달린다면 노약자와 아이는 구조될 턱이 없죠. 가족을 살리려면 노인이건 아이건 업고 뛰겠지만, 남의 가족이라면? 생판 모르는 인간이라면? 마침 그 노인이 가족이 없는 외톨이 여행자였다면? 젊고 건강하고 빨리 달린다는 것만으로 ‘죽이고 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당연한 줄 알고 살기 위해 달렸다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을 밀쳐낼 힘이 있어서 밀쳐냈을 뿐인데, 나는 살고 그 사람은 파도에 휩쓸려 끔살당합니다. 살고자 하는 심리랑 더불어서, 이런 심적인 리스크를 부양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공존할 거예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청년들은 생존의 기회에서 기꺼이 한 발물러나는 양보를 택한 거겠죵. 노약자와 아이를 먼저 보냅시다, 하는 의견이 나타났고, 청년들은 그걸 마땅히 받아들여서, 사회 전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으로 성립되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이념은 “내가 힘없는 어린이였을 때는 양보받았고, 노인일 때 양보받을 테니 지금 양보해야겠다” 하는논리겠지만...
한편 사람과 역사적 작품의 가치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생명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용. 15조짜리 공사 중인 빌딩이 무너지는데, 인부 한 명을 구하지 않는 대가로 빌딩을 수복할 수 있다면, 그 인부를 건물에 깔아뭉개도 괜찮을까(인부 한 명이 직접 나서서 희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ㄱ)기찻길 위의 인부 한 명과 다섯 명의 목숨을 비교하는, ‘트롤리 딜레마’랑은 차원이 다르죠. 생명에 경중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명에 무게가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습니다.
인부의 목숨값이 15조원이나 할까요? 아니죠. 하지만 15조원에게는 자기 목숨을 위해 항변할 능력이 없습니다. 빌딩의 외관 통유리에도 살 권리를 주장할 능력은 없죵. 번식을 통해 태어났고 또 스스로의 가치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살아가는 생명체니까 존귀하다는 수식어가 붙는다고 생각해요.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을 살려야 합니다. 서구는 물론이고, 이제 세상은 진화론적 관점을 받아들여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살려는 의지가 있단 걸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 건물이 인부 일생일대의 역작이고, 그 건물이 무너지면 삶의 의미가 없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건물을 살리겠다면 그건 인부의 선택이지만, 마지못해 희생하겠다는 선택은 보통 용납되지 않습니다. 자유 의지로 선택했다고 하더라도요. 이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임무인 구조대원의 임무는 — 그리고 사람을 구할 능력을 지닌 인간의 의무는, 사람을 구해내는 거죵.
1. 윗글의 (ㄱ)기찻길 위의 인부 한 명과 다섯 명의 목숨을 비교하는, ‘트롤리 딜레마’랑은 차원이 다르죠.가 지닌 의미로 적절한 것은?
1) ‘트롤리 딜레마’에서는 인부를 희생시켜도 건물을 수복할 수 없기 때문에 똑같은 논의라고 볼 수 없다.
2) ‘15조 원’이라는 빌딩의 가치에 비해 ‘다섯 명의 목숨’의 가치가 훨씬 낮아 동등한 비교라고 할 수 없다.
3) 건축물 건설 현장의 상황과 철로 보수 현장의 상황은 윤리적으로 동일한 잣대가 적용될 수 없다.
4) 생명체와 무생물 간의 가치에 대한 비교이기 때문에 생명체 간의 비교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5) 생명체의 무게에 비해 건축물의 무게가 훨씬 크기 때문에 동등한 질량 간의 비교가 성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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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까지만 먹고 다이어트하는거어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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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입실까지 7시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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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서 아쉽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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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정상화 시킬거 같은데 메디컬학과들이 사탐을 반길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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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우움 하면서 읽다가 마지막에 흠칫..ㅋㅋㅋㅋ
444444
ㅛㅣ샤
한낱 뻘글이었는데 답변? 감사해요.. 저는 껍질만 문과였슴다... 이런 글에 제 얘긴 좀 그렇지만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간거라 고등학교때 윤리 과목을 접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평소에 관련된 의문이 많아도 답은 못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제 의문을 길게 진지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워낙에 윤리 관련 노베라 더이상 질문이라고 해봤자.. 서로가 이해를 못할 것 같아서..제 무지를 너무 만천하에 알릴 것 같아서 ㅋㅋㅠㅠㅠ 나중에 제가 윤리를 공부한다면 (하겠지만!) 그때 또 이런 얘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ㅠㅠㅠ 정말 정말 감사해요!!
음 그런데 생명체니까 존귀하다 라는 말은 어떻게 성립된건지가 자세히 알고싶은데 혹시 생윤에서 배우는 내용일까요??
사실 저도 1학년 때 생윤 배우고 그 뒤로는 본 적도 없어서 뭐라 떠들 지위는 아니지만요...
생윤에서는 말 그대로 생활 주변의 윤리를 배웁니다. 우리 삶 도처에 있는 쟁점(과학, 예술, 의료, 법, 정의 본위 등)에 관해 유명한 학자들이 제시한 견해를 배우는 거죠. 생명윤리 파트에서 생명옹호론(pro-life)과 선택옹호론(pro-choice)의 대립을 볼 수 있습니다. 전부 우리 근처의 산부인과, 법원, 학교,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논쟁이네요. 한편 윤사에서는 본격적인 철학을 배운대요.
그런데 생명 존엄성 운운한 부분은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사실 제가 임의로 도출한 명제라서... ‘모든 유전자와 사상(밈)은 스스로를 복제하고 번성하여 오랜 기간(궁극적으로는 영원히) 존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리차드 도킨스).’는 대전제에서, ‘생명 존재의 이유 자체가 살아가는 것에 있다.’고 이끌어낸다면 비약일까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본문에서 개인적 의견을 보편적으로 확장한 건 제 실수였네용.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