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 안 주는 대회는 '출전' 안 하는 야구선수들
금을 땄고 전국민이 축하하며 연금을 받고 군역을 벗는다.
신성한 의무라 포장되는 병역은 대놓고 값비싸게 거래되는 재화가 되었다.
매가리가 없어 흡사 풀떼기를 닮은 동생이 있었다.
내가 취업 멘토링을 해주었던 그 후배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병역문제를 고민했다. 그 때 나는 기왕 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것이라 충고했다. 사회성도 없고 말도 어눌하게 하던 그 녀석의 고생길은 훤했지만 갈 거라면 빨리 가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4살에 군에 간 그 녀석은 내가 본 이중 가장 맑은 심성을 가졌지만 행동이 굼뜬 친구였다. 그 죄로 선임들의 가혹행위와 구타에 못이겨 병원에 입원했고 치료뒤 다시 부대 돌아가기 싫어 병원 앞 전화부스에 나갔다가 군무이탈로 구속됐다.
그 이후로 그 친구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다만 나는 안다.
수십억 연봉에 밤낮 여자 후리며 실은 국익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저들이 이제 연금까지 받아가며 샴페인을 터뜨릴 동안 위스키가 뭔지도 모르는 그 후배같은 녀석들은 내일도 모레도 고통에 녹아내릴 것이다.
지금도 수류탄에 얼굴이 탄 병사는 치료비가 없어 진통제조차 맞지 못하고 장갑차에 있던 장병 셋은 불에 타죽었다. 그 때 살아남았던 배우를 꿈꾸던 어느 병사는 전신화상을 입어 30만 국민청원까지 등에 업었지만 아직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내가 낸 세금은, 저들 대신 수십억 연봉을 받는 그들의 메달연금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헌법 11조.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헌법 39조. 모든 국민은 병역의 의무를 진다.
지극히 사익에 충실한 직업화된 스포츠의 성과가 공적 화제인양 기만되는 현실에서 평소 사회정의를 외치는 그 누구도 이 근거없는 제도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적폐는 당부의 문제임에도 취향의 문제가 됐다. 정부도 언론도 침묵한다. 돈이 되지 않는 적은 남는 장사가 아니지.
스포츠 전시국가에서 죽어나가는 건 적이 아니다.
항상 그래왔듯 이름없는 풀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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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39조.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다.
불과 20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선수가 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국위선양에 대한 병역특례가 국민의 감정에 부합했지만, 더이상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어서 제도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네요. 터키같은 후진국에서나 통할 정책을 여기서 하니 문제가 되는거죠. 국회는 뭐하나 모르겠습니다.
국가가 남성인 국민에게 1년 반이라는 심각한 패널티를 주고도 마치 그것이 당연한 듯이 대안을 마련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병무청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남성들을 군대로 박아 처넣을까 고민만 하고 있네요. 대한민국 말고 어떤 민주국가가 이따위로 병역제도를 운영할까요?
제 미래의 자식이 이딴 쓰레기같은 병역제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