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의 중추(그 외 잡다한 지식들)
서문
안녕하세요. ‘줄거리가 있는 생명과학’ 저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느 독자분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서 내용을 공유하고자 글을 씁니다. (어쩌다 보니 일주일마다 답변을 하는 형식이 되어버렸네요.)
독자의 질문 : “책에서 연수는 간뇌의 지배를 받는다고 나와 있는데, 왜 그런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생리학 교과서에 그러한 내용이 들어 있고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뇌피셜을 가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요약정리(팩트)
본격적인 뇌피셜을 가동하기 전에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갑시다.
교고과정에서 ‘뇌’와 관련된 지엽은 “??의 중추가 무엇인가?”의 형태로 자주 출제됩니다.
예를 들어 “동공반사의 중추는 무엇인가?”같은 지문 말입니다. 다음은 출제될 수 있는 지문의 모음입니다. (아래 명제들은 전부 ‘참’입니다.)
1. 무조건 반사의 중추
-무릎반사, 도피반사, 배뇨반사의 중추는 척수이다.
-동공반사의 중추는 중뇌이다.
-재채기, 하품, 딸꾹질, 침 분비, 눈물 분비, 구토의 중추는 연수이다.
(얼굴에 있는 구멍과 물)
2. 자율신경의 중추
-자율신경의 중추는 연수와 간뇌이다.
3.자율신경의 신경절 이전 뉴런의 신경세포체가 있는 부위 (전문용어로 ‘신경핵’)
교감신경 - 척수
부교감신경 - 중뇌, 연수, 척수
** 네이버 등 일부사이트를 보고 헷갈리시는 분이 있을까봐 사족을 답니다. 일부 사이트에서 “교감신경의 중추는 척수의 흉요부측각에 있다.”라고 쓰여 있는데 여기서 흉요부측각은 척수의 나비모양 날개부분을 의미합니다. 그런대 여기서 문제는 일부 사이트가 주장하는 명제는 번역오류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위키피디아 등의 영어 원문에 매우 유사한 내용이 나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nucleus'라는 단어를 ‘신경핵’(신경절과 유사한 개념)으로 번역해야 하는데 ‘중추’로 잘못 번역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추라는 단어의 애매함 때문에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교과 과정에서는 교감신경의 중추는 척수가 아니므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뇌피셜)
저는 뇌피셜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책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생각해낸 뇌피셜은 없습니다. 전부 전문가들이 적어놓은 가설들을 바탕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뇌’에 관해서는 정말 순수한 뇌피셜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뇌에 관하여 알고 있는 지식이 심하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저 스스로가 뇌에 관하여 알고 있는 지식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에서 “왜”라는 질문을 할 때는 무조건 진화론, 물리학, 수학을 참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진화론적 사고방식으로 뇌를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 질문을 되새겨보면, 독자는 왜 연수가 간뇌의 지배를 받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살펴보면 연수는 간뇌보다 먼저 진화하였고, 더 단순하며, 더 생존에 직결된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간뇌는 연수보가 나중에 진화하였고, 훨씬 더 복잡하며, 생존에 필수적인 비중이 연수보다 적습니다.
즉, 연수와 간뇌를 컴퓨터 운영체제로 비유한다면, 연수는 ‘도스’이고 간뇌는 ‘윈도우’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연수는 오리지날 팩이고 간뇌는 1.5 업그레이드 패치입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연수는 자동차 핸들과 기어 등의 제어장치이고, 간뇌는 자율주행 등의 스마트 기기입니다.
물론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나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이해 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기능을 가진 뇌에 그 단순한 기능을 더욱 복잡하고 정교하게 하는 추가적인 뇌가 더해진 것입니다.
제가 설명할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분명히 어딘가 핀트가 잘못 맞을 수 있으나 충분히 직관적으로 설명하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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