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나는 왜 시립대 세무학과에 왔을까
아무래도 입시철이 다가오니까 작년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이런 글솜씨가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저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원서나 대학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되진 않을까 하고 이 무렵 제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놔볼까 해요ㅎㅎ
1년 2개월 전, 그러니까 2017학년도 대학수능시험 응시 전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아마ㅋㅋㅋ
시립대 세무학과라니?
그 당시에 저는 별다를 것 없이 그저 경제와 경영 등에 관심이 많았던 한 고등학생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습니다
여느 수험생들이 그러하듯, 특별한 꿈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저 흥미있는 분야를 전공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막연히 스카이 상경계열을 가면 좋겠다고 하면서 공부를 해 왔어요.
수능을 보고, 가채점을 했을 때에는 크게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은 점수를 받아들었습니다.
시험을 치고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우연히 광고천재 이제석 님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서 '광고제작자로 사는 것도 되게 멋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고속성장님 가채점 분석기를 기준으로 마침 제 성적은 고대 미디어를 소신, 서강대 커뮤 정도를 안정으로 쓸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중앙대 광고홍보학과까지 추가한 위의 원서조합을 밀어붙일 생각이었죠.
12월 16일이었나요, 수능성적표가 나오던 날에 그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가채점보다 수능 실채점 표준점수가 3점이 낮더라구요. 마킹에서 실수를 한 듯 했죠..
상당히 곤란했어요. 지금 한참 원서를 고민하시는 여러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상위권 정시에 있어서 점수 3점이 얼마나 큰 건지ㅎㅎ..
어쩔 수 없이 그 전에 잡아놓았던 원서전략, 라인같은 것들은 다 폐기처분하고 실제 성적을 가지고 다시금 라인을 잡아봤어요
상경계열로는 성균 경영 등등이 그래도 들어오긴 했지만, 실수로 3점이나 깎여나가다 보니 안정적으로 간다고 말하기도 사실 힘든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딜레마였죠. 재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았으니 서성한 낮은 과라도 적어야 하나, 아니면 중경외시 상경계를 가야 하나 굉장히 고민을 하고 정보를 알아보던 도중 문득 시립대 세무학과라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무학과, 세무학이라는 것 자체가 고등학생이었던 저한테는 너무나도 낯설었어요.
살면서 제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라곤 없으니.. 과자를 사 먹을 때 내는 부가가치세 같은 거 말고는 사실상 세금이라는 것을 접할 기회라고는 전혀 없었으니까요.
근데 왠지 모르게 끌리는 점이 있어서 세무학이 당췌 어떤 기괴한 학문을 말하는 건지를 열심히 알아봤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세금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더라고요. 정보를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생각보다 이 세금이라는 게 우리 생활과 많은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그걸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접 학문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세무학을 아무리 검색해도 뭐 정보가 나와있는 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그 길로 동네 도서관에 찾아가 세금과 관련된 도서를 찾아 바로 몇 권 읽어봤습니다.
국가에서 조세를 제대로 부과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여러 경제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런 조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 그것과 관련된 여러 분쟁사항들..
그동안의 제 삶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많이 부딪치게 될 것만 같은 내용들이 그 속에 있었습니다.
세무학이라는 건, 비단 세금이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경제학 뿐만 아니라 그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지를 정하는 법, 그리고 세금의 주 부과대상이 되는 기업의 회계에 대한 내용들까지 모두 알아야 하는 굉장히 전문적이면서 매력적인 분야라는 걸 그 때 새삼 느끼게 된 거 같아요.
전공에 흥미가 생기고 나니 시립대 세무학과라는 곳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어떤 학과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내가 이 학교에 지원해도 괜찮을까? 내 4년을 여기에서 보내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요.
마음을 먹는다면 여전히 성균관대나 한양대에도 지원해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고, 서성한이라는 네임밸류라는 건 꽤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끝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립대 세무학과가 국내 최고 라는 사실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다양한 진로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제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이 '조세'라는 하나의 분야에서만큼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는 국내 최고의 학부라는 것,
특히 현직 판/검사들도 붙기 쉽지 않다는 국내 조세 관련 최고학력인 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의 교수님들이 곧 시립대 세무학과의 교수님들이라는 사실, 그리고 관련 업무에 종사하시는 수없이 많은 선배님들의 인맥 등이 가장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나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해서 서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큼 지원동기를 자극하는 것도 없었어요ㅎㅎ
물론 조세에 흥미가 없으신 분이라면 크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충분히 좋은 과이긴 하지만요
여튼 이렇게 지원을 확정하고 나니 성적이 불안불안했습니다. 이전 해까지만 했어도 서강 경영과 비슷한 입결을 기록했던 터라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였거든요
50만원짜리(결국은 구더기였지만) 컨설팅을 받았을 때에도 파이널콜에서 세무가 불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표본분석을 열심히 해본 결과 붙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마침 작년에 운이 좋게도 약빵꾸가 나 준 덕분에 시립대 세무학과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 년 동안 학과 공부를 한 소감으로는 굉장히 행복합니다ㅎㅎ
제가 생각했던 수업을 수강하고, 좋은 교수님들, 그리고 많은 선배님들을 만나뵈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특히 한 달 정도 전에 삼정회계법인 상무이사 선배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네요. 시립대 세무학과가 아니었다면 얻기 힘들었던 기회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제 올해부터는 국내 최고의 조세전문가가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걸음의 일환으로서 일 년의 휴학을 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려 합니다.
길지만 재미는 없었을 수 있는 이 글이, 행여 원서를 고민하고 있는 어떤 수험생분들에게는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르비 회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대학 합격의 기쁨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길어서 세줄요약
1. 수능 치고 점수보고 어디가지 생각하다 시세무 고름
2. 왜? 조세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최고라는 점이 매우 매력적
3. 1년 다녀본 결과 적성에 맞아서 200% 만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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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대랑 양대랑 고민하다가 요즘 양대 많이 밀어준다고 해서 양대가려고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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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설특 vs 서메 12
이과구요, 선행반 양재설특 다니고있어요 양재설특에 나름 만족해서 정규반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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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대성이구요..국어: 고광수/박상희/손원천수학: 전현정/남기수/최종현/이종완영어:...
정말 좋은 과인 것 같더군요
원하는 길 꼭 이루시길..
비록 아직 일 년 밖에 다니진 않았지만 제가 생각하던 좋은 학과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ㅎㅎ 응원 감사해요
근데 그...조세 전문가라는게 기재부 세제실, 국세청 등 국가 기관(공무원)이 아니면 회계법인 Tax부서에서 기업들 세금 최대한 조금 내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진로도 있나요? 제가 정보가 없어서요ㅜㅜ
물론 대부분의 진로는 말씀하시는 게 맞습니다! 공직으로 나간다면 기재부나 국세청 등이 있을 것 같고,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개업을 해서 세금납부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회계사 택스파트에서 근무하는 건 기업이라는 보다 큰 범위를 다루게 되겠죠ㅎㅎ 제가 삼정 상무이사님께 들은 바로는 택스파트 안에서도 여러가지가 나뉜다고 해요. 그 선배님께서 담당하시는 Transpricing(국제조세) 부문같은 경우에는 기업의 국가 간 수출/수입에 있어서 관련이 있는 세금문제들까지 다루는 업무라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문에 관심이 있어서 지금 교수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 맘먹기에 따라서는 로스쿨 등에 진학해서 조세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것도 꽤 멋진 진로라고 생각합니다!
답변 길이 당황했자너 감사합니다^^77
네네ㅎㅎ 또 궁금한 거 있으시면 쪽지주시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드릴게요
이공계인데 시세무 전과하고싶네여.. 안되면 그냥 이과에서 cpa 볼까 생각도 있구요 ㅠㅠ
이공계 분들도 오시는 걸로 알아요! 이과에서 CPA 준비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들었고요. 오히려 수리적인 감각이 필요한 공부다 보니 더 유리한 점도 많다고 하네요! 어떤 길이든 현명한 선택 잘 하셔서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세무사가 꿈인데 점수가 딸려서 시세무를 못감..
그래서 경영이랑 자전 넣으려는데 갠찮나요?
아 자전도 간당간당해요 ㅠ
회계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경영학부보다는 오히려 경제학과가 더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무사 시험에 재정학이 들어가다 보니.. 자유전공학부의 경우에는 학점과 전혀 관계없이 2학년 진급과 동시에 원하는 전공을 100%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무학과로도 오실 수 있어요ㅎㅎ
경영보단 경제가 더 괜찮은건가용?
주변에서 경영.경제 의견이 많이 갈렸지만
시세무 재학생분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겠죠!
회계사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경영학부가 괜찮습니다. 시험에 앞서 일정 경영학점을 이수하는 조건이 필요하거든요ㅎㅎ 그런 것이 아니라면 세무사 시험에 있어서는 오히려 재정학과 같은 시험과목을 대비함에 있어서 경제학부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Cpa의 치열함을 생각하면 (절레절레)
물론 세무사도 쉽지는 않다는걸 알고있지만
주변에 세무사분이 계셔서 전망좋고 괜찮은 직업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셔서 세무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금계의 스페셜리스트로써의 가치를 알고난 후 매력을 느껴 세무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품게되었습니다! 아직 조금더 고민 해봐야겠지만 경제학과진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되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2학년부터 회계사 시험 준비하시는 건 되게 흔치 않은 것 같은데 (행시나 고시류 등 보통 3-4학년때 공부하기 시작하니까요) 동기들 사이에서도 빠른 편에 속하나요?
아 넵 아무래도 군대를 미루게 되다 보니 흔한 선택은 아닙니다ㅎㅎ 보통 많은 친구들이 군대 제대하고 3-4학년 들어서부터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예요
혹시 쪽지드려도 될까요? 궁금한게 너무 많아서요
물론이예요 비록 저도 아는 건 많지 않지만 답변드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선 열심히 알려드리겠습니다ㅎㅎ
새무세무새
디디헉
1년재수목표로 공부했었는데ㅠㅠ
ㅜㅜㅜ그러셨나요 비단 이곳이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빛나는 성과 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
사랑합니다ㅠㅠㅠㅠ
물론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하는 저 같은 놈도 있습니다만... ㅋㅋㅋ 전공으로서는 매력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앗 입학 전에 오르비에서 쓰신 댓글? 읽었습니다ㅎㅎ 선배님같은 분들께서 과 진로의 다양성에 기여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
파이팅이예요!!
ㅎㅎㅎ감사해요 선배님 항상 과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목만 보고 후회하는 글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ㅋㅋㅋ 201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염ㅎㅎ
이글 보니까 어딜 가셔도 성공하실것 같네요 화이팅..!
혹시 해외로 빠지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한창 원서접수하는 시기에 너무 좋은글이네요... 정말 누구나가 할법한생각이 솔직하고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공감이 많이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