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nmH1KVrvTcR5 [603744]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7-12-17 12:36:27
조회수 27,161

동물병원 알바 3년 경력 본3 수의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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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수의대생들 알바로 종종 써줍니다. 인턴 말구요 테크니션 같은 개념으로요.

3년 짬밥으로 일하다 보니 병원 매출도 보이고 수의사 대우도 보이고 그렇네요. 아는 한도 내에서만 써볼게요


1. 일단 임상으로 빠지는 숫자가 생각보다 얼마 안 돼요

신입생들 진로 물어보면 임상이 절대다수지만 본4로 올라갈수록 비임상 선호도가 올라갑니다. 이유인 즉슨 후술할 수의사 페이 문제와 대우 문제.... 비임상으로 간 선배들도 만족하며 잘 사는 분 많아요.

생명과학 연구 분야에선 수의사>생명과학전공 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약회사에서도 그래요. 동물실험 할 때 법규상 수의사가 감독을 해야합니다. 외부에서 수의사 데려오느니 뽑을 때부터 수의사 뽑는게 훨씬 낫거든요. 배운 과목도 신체에서 일어나는 대사 위주라서 적용도 빠릅니다. 

이처럼 연구분야에서 수의사가 홀대받지는 않기에 비임상으로도 많이 갑니다. 수의대 왔다고 무조건 동물병원수의사 되는 것이 아니에요.


2. 아무리 동물병원이 작아보여도 동물병원 매출은 어메이징 합니다.

진료실 3개 있는 동물병원 하루 평균 매출 800... 한 달 2억 4천...

개 한 마리당 지출 금액 평균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이는 부자 동네로 갈수록 더하구요. K대 동물병원에 찾아오는 개 한마리당 평균 지출 비용이 230만원입니다. 

본인이 화술과 의술 둘 다 자신 있으시면 수의사는 떼돈 벌기 정말 좋은 구조입니다. 특히 화술이 미치는 비중이 정말 많아요. 의사는 아픈 환자한테 말하는 것이지만, 수의사는 아픈 동물을 앞에 놓고 보호자와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반려견이 얼마나 아픈지 보호자는 잘 알 길이 없습니다. 그 보호자를 상대로 충분한 치료의 당위성을 납득시키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설득을 잘 할 수만 있다면 수의사는 돈을 정말 많이 벌죠. 평균 페이는 수의사가 의사보다 훨씬 적지만 정말 돈 잘 버는 수의사 선배들 보면 저 사람이 의사를 했어도 저만큼 벌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3. 수의사가 금전노 취급을 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도시보단 소도시에서, 부자동네보단 그렇지 않은 동네에서 이런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이 안돼서이지 싶습니다. 

치료비를 보고 항의를 하는 보호자분들이 하는 말씀은 주로 "사람 고치는 것보다 개 고치는게 비싼게 말이 되냐" 입니다. 국가가 지원해주는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죠.

반려동물도 필요하다면 Xray MRI 다 찍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장비 값이 사람 장비보다 비싸면 비쌌지 쌀 이유는 절대 없습니다. 공급이 적으니까요.

반려견 약을 제조할 때도 반려견 전용 약품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사람 약품을 반려견 체중에 맞추어 처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고 난 후에 나온 치료비가 사람보다 많다고 하시면... 할 말이 없는거죠.

현 정부에서 감사하게도 수의사들도 적폐세력으로 규정해주셨는데, 수의사를 돈에 환장한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밤 사이에 환축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서 필요한 처치를 했는데 다음 날 보호자가 왜 동의하지도 않은 치료를 했냐 이 사기꾼들아 라고 하면...뭐 일상이니까요. 

소도시로 가면 상황은 더 심해집니다. 치료비가 80을 넘어가면 안락사 시켜달라는 보호자들이 태반입니다. 살릴 수 있는데. 방금 마주친 반려견의 눈 속에는 살려달라는 외침이 읽히는데. 

그렇다고 공짜로 치료해드릴수도 없습니다. 소문 나서 다들 배짱으로 아픈 반려견 데려와서 공짜로 안해주면 오히려 화내고 난장판 만들게 뻔하니까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

전 그래서 인턴은 무조건 부자동네 대형동물병원에서 하렵니다. 보호자님의 허락 아래서 반려견에게 원하는 치료 필요한 치료 충분히 하고 싶습니다. 살 수 있는 생명을 안락사 시키고 싶진 않아요.


4. 수의사 페이는 원장이 독식하는 구조입니다.

인턴월급 세후 180.

페닥의 마지노선인 5~6년차 수의사면 세후 5~600

특별한 무기가 없는 한 늙은 수의사는 고용해주지 않습니다. 개원으로 떠밀리는 수 밖에요. 그리고 떠밀려서 개원하게 된 동물병원은 레드 오션에서 눈물겨운 생존을 하게 됩니다.

금전적인 부분이 조금 더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지금의 개원 과포화 상태도 많이 해소 되겠지요. 아니면 삼성 같은 거대자본의 개입으로 체계화된 대형동물병원이 지부 형태로 세워져도 좋지만, 그 부분은 전수협에서 막은 부분이니...


결론은 수의대 지망하시는 분들은 잘 고민하시고 자기가 정말 수의사로써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고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임상 생각이시라면 화술이 좋은 분 강추입니다. 한의와 수의는 의치보다 화술의 비중이 더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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