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에 대한 단상
이럴 수가 있나. 세상에 내가 다시 오르비에 글을 쓰게 될 줄이야. 기어코 나는 삼반수를 하는구나. 그리고 작년에 그랬듯 이렇게 또 새벽에 글을 끄적이는구나. 복잡한 생각을 풀어내정리하고자 이 녀석아 그러냐?
그렇다. 나는 항상 글을 의식의 흐름으로 써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는 나 자신이며 자문자답이다.
열정의 고갈. 게으름과 나태함. 현재 나의 상태이다. 원인을 찾고자 질문을 던져봤다.
사실은 내가 별로 간판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것 아닌가? 단순히 도피성 반수이진 않은가? 공부가 하기 싫은가? 근본으로 돌아가서 나는 왜 반수를 선택했는가?
"왜 나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오기를 선택했는가?"
...
첫째, SKY 학벌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병적인 미련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의 학벌 컴플렉스를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라서 그런건가 나는 이 세상을 학벌 때문에 무시받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로는 불충분하다.
둘째,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2류이기 때문에 1류가 되기 위해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피터지게 공부해야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 청춘을 보내긴 싫다.
셋째, 자신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학벌부심도 있긴 하겠으나 그것보다는 내가 해냈다는 그 성취감에서 비롯됨 자신감, 결국은 해냈다는 그 자신감이 필요하다.
넷째, 작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분명 아무리 작년을 돌이켜 봐도 나는 열심히 했다. 하루 7교시 수업 제외 순수 자습시간 평균 7시간을 보냈다. 대략 13시간씩 매일을 공부했다. 양적으로는 충분했다. 그런데 성적은 그만큼 나오지를 않았다. 부언하자면 이것이 반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한 거라면 나는 그냥 안 되는 거 아닌가. 접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 맞다. 접어야 된다. 양적으로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공부의 질이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공부 방향이 잘못 되어있었다. 너무 가념과 이론에만 파묻혀 실전을 등한시하고 빨리 풀지를 못했다. 여튼 작년의 나의 피나는 노력이, 그 수많은 감정들이 내 결과로 인해 "너가 더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는 말로 무시 당하는 것이 화가 나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 잘 알겠다. 근데 너는 왜 지금 그 모양 그 꼴이냐? 너가 말하는 작년의 너의 모습은 어디 가고 그렇게 한심한 모습을 하고 있냔 말이다.
나의 무의식, 아니 의식의 뿌리에 자리잡힌 '노력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작년 인간관계, 짝사랑, 노는 거 전부 싹다 포기하고 주말 자습 혼밥에, 수업 쉬는 시간마다 공부하고, 셔틀타고 집 갈 때도 개 같이 공부했는데 결과는 대부분 항상 적당히 놀고 적당히 친목도 하고 여자애들이랑도 놀고 하는 애들보다 결과가 안 나왔었던 그 기억이 노력에 대한 회의감•불신을 나의 정신 속에 각인시킨 것 아닌가.
미친듯이 노력하는 것이 더 손해처럼 느껴지고 공부만 하는데성적은 안 오르는 병신처럼 느껴진다. 열심히 악착같이 노력하는게 더 미련한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내 상황은 그 어느때보다 위급하다. 내 인생에 있어 마지막으로 간판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뿐더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극도로 짧고 부족하다. 또한 경제적으로 상당한 양의 돈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체되어선 안 된다. 나에겐 군대가 기다리고 있고 많은 삶의 과제들이 눈 앞에 놓여있다.
---지금까지의 내 생각들이었다.
---다시 내 삶의 철학으로 되돌아가보자.
내가 언젠가 멋진 비유를 생각해낸 처럼 이 인생의 주인공은 너다. 너가 곧 주인공이자 너가 곧 감독이다.
단 한 번의 인생이다. 더욱이 꽃다운 젊은 날의 청춘은 단 한 번 뿐이다. 나의 스무살은 암흑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속엔 빛이 있었다. 고독함 속에 치열함이 있었고 열등감 속에 자기반성이 있었으며 좌절감 속엔 오기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노력이라는 것을 통해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근데 너는, 그래 나는.
내 노력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지 않은 과정은 헛된 것 아닌가? 결과가 나오질 않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노력했어 라고 말하는 건 패배자의 자기위로 아닌가?'
그렇게 친다면 나는 인류 역사의 수많은 도전자들을 패배자라 보는 것이다. 에디슨은 성과 없이 쓰잘데기 없는 노력을 수없이 한 패배자이다. 하지만 그가 실패하고나서 그 노력을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했는가? 아니다.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나는 그래, 솔직히 지금 덜 노력하고 더 성공한 애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게 현명해보이니까. 부럽다. 하지만 길게 보자. 노력이라는 이 고군분투를 덧없는 것이라 여기지 말자. 공부만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가끔 쉬어도 된다.
나의 스물하나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결과가 반드시 좋아야 하는 승부다.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도록,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악착 같이 노력하자. 재능 같은 거 가진 것 하나 없는 나한텐 노력밖에 없다. 재능이 부럽다면 노력으로 그 재능을 사자.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 작년의 그 노력의 양에다가 더 노력을 얹고 결과를 나오게끔하는 방향감각을 더하자.
이번엔 기필코 내 노력은 결실을 맺는 노력일 것이다. 믿자. 내 자신을 믿고 내 노력을 믿자. 억울해도, 가끔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작아질 때에도. 해낼 수 있다. 결국엔 내 노력이 자랑스러웠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다시 흔들릴 때 이 글을 보고 중심을 되찾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치즈규동 먹으러감 !! 12
-
도시락준비하는것도 일이고 점심 그냥 학원가 주변에서 먹을생각이었는데 문자온거보니...
-
중국집인데
-
진짜 에바인거 같음 거의 15-16시간씩 뺏기니까 매주 1.5일씩 뺏기는거네 거지라 울었어
-
12시쯤에 보냈는데 아직도 안옴
-
그래도 하다보면 더 많이 나아가겠지 난 할수있어 이만 하러 가겠슈
-
드릴 해야지 해야지 (시간없어서 못함) 이번엔 과거 시리즈들 다 벅벅 해야지
-
안녕하세요 4
드디어 10일이 지나서 글을 쓸 수 있네요.경희대에서 반수하고 있고 목표는...
-
무협으로 치면 기출: 수련 N제: 대련 실모: 실전 이런 느낌이 아닐지..
-
ㅈㄴ 머리 아프게 풀다가 그냥 가나다인가 했는데 진짜네
-
예체능 허수 n수생이지만 6모 성적 보고 충격받아서 국어, 영어, 동사 공부하러...
-
오르비 재미없어 11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 같아
-
화작 54/21 확통 51/18 정병호 잇올 현우진 한석원 김승리
-
있을까.... 재수 내내 푼 n제 라곤 랑데뷰(수12통), 드릴4(수12),...
-
1학년 1학기 3.5 2학기 3.6 그리고 이번 고2 1학기에서 기말을 망쳐가지고...
-
밥모먹징~ 0
-
기코를 수강하고 있는데 강의를 다 듣다보니 앞 단원 내용( 행동 영역 및 풀이법)이...
-
전혀 고려 못하고 있는... 학력 저하 말 나오는 건 하위권들 이야기인데,...
-
수학만 하는 것도 아니고 가능한가 난 5권 정도밖에 못 했는데
-
치대 한의대 보내줘
-
ㅇㅈ 2
-
6모 미적 85점이고 백분위 100 목푠데 수학 n제 17권이면 n제 양적으로는...
-
10일 전이랑 난 달라진게 없음.
-
중학교때 아예 놀다가 지금은 수학은 과외하고 있어서 2학기땐 진도 다 나가고...
-
생각보다잘봐서기분조아><
-
에다가 영어 2면 무난히 들어가나요??
-
세특 의대인데 내신 1.4정도가 설치 쓰면 가능성 있음? 수시를 여기서 물어도...
-
못 믿기겠지만 5
어제 마라탕후루 추는거 직관함 채점할 때 학생이 기다리면서 마라탕후루 추고 있었음 그때 웃참 실패함
-
이원준 계간지 0
계간지에 독서지문 80프로가 릿밋 지문인 거 같은데 이걸 다 맞힐 수 있는 실력이...
-
공식적인 시험에서 현역 3467910수능 재수6모 물리성적이 87655432임...
-
내 친구가 생기부 왜 열심히 쓰냐고 그냥 논문 서론에서 요약해둔 거 복붙해서 쓰먄...
-
정외과가 가고싶어짐 확통은 살짝 유베고 미적은 6모기준 2등급 표점 생각하면 그냥...
-
이해도 잘 안가는데 이거 극복하려면 걍 양치기를 ㅈㄴ 하는수 밖에 없음??
-
메인글보고 제대로 찔림..수학 킬러없다길래 수능판 쉽게보고 진입한사람 여기있음 ㅠ...
-
이제 탈릅하겠습니다 17
5시까지 랜덤 1분께 덕코 몰아주고 나가겠습니다
-
제발 수능 때 영어를 6모보다 더 어렵게 내주옵소서
-
2학기때 생윤을 듣는데 문과는 아니에요 수2 화1 선행 예정인데 생윤도 해야할까요?
-
강대x평이 좋네 0
풀고싶은데 7월중순부터 서바정규모의+동네학원모의까지 있어서 사면 내년에...
-
미적분 / 85분 / 100점 15번, 28번이 가장 어려웠어요 22번, 29번,...
-
공부 잘할 필요도 잘해서 얻는 이득도 이젠 거의 없음 19
메디컬? 거기서도 의대 정도만 현 시점에서 봤을때 특출나지 나머지는 이제...
-
그리고 예쁘심
-
... 6
-
킬캠6회 96 9
22틀 이거좀쉬움 상대적으로 ㅖ
-
10점이 더 높았다고 해도 설의는 어림도 없네 ㅋㅋㅋ
-
양정고이신분 잇나요? 기출 필요한데ㅜㅜ
-
집에서 치러봤는데 진짜 어렵네요 점수도 낮고 수능이 이정도로 나오면…
-
사회문화 2
불후의 명강 듣고있는데 명불허전 기출분석 할까요 마더텅 플까요?
-
새로 태어났다 6
The-N. 교육연구소에서 지구과학을 담당하고 있는 EarthCoach라고 함미다
-
검고생 리스크도 너무 크고 그러니 안좋겠죠?
-
미쳤다 눈물에
성하예프거늘.....하지만 서울대로 꺼지세요
님 작년에 올리신 짝사랑 글 너무 잘 읽었어요 저도 얼마전에 비슷한일있어서 너무 공감되더라고요. 이글도 그렇고 다른것도 보면 글재주가 너무 좋으신듯